'버크와 페인의 위대한 논쟁: 보수와 진보의 탄생'

"세습 정부에 대한 페인의 혐오는 그의 정치철학의 핵심이다. 상속된 정부를 자연, 선택, 이성, 정의와 근본적으로 상반되게 보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와 전통을 넘어선 자연을, 따라서 주어진 의무를 넘어선 창조된 선택을, 물려받은 지혜를 넘어서 순수한 이성을, 그리고 단지 누적된 개혁을 넘어서 전면적 혁명을 보고 싶어 한다. 한편 버크는 상속 모델은 자연의 모델이며, 우리의 의무를 이해하고 충족시키는 적절한 수단이자 처방의 핵심이며, 개혁의 열쇠라고 말한다." - 288~289쪽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의 위대한 논쟁'은 선거의 본질인 미국의 두 주류, 즉 보수와 진보의 이념을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미국 사회의 지적 기원, 다시 말해 미국 사회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오늘날의 미국 정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이라는 두 사상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에드먼드 버크는 현대 사상의 보수적 기원을 언급할 때 늘 그 출발로 삼기 때문에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지만, 토머스 페인은 전문가들이나 알고 있는, 다시 말해 버크에 비해 그 무게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기에서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그들이 갖는 비중과 그들의 주장이 어떻게 미국 사회에 영향을 끼쳤는지 소개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근대의 변곡점이 된 사건으로 프랑스혁명을 들 수 있다. 거기엔 보수와 진보의 이념이 모두 들어 있다. 그리고 프랑스혁명의 지적 기원이 된 계몽주의적 사상을 가장 잘 실현한 것이 바로 미국의 독립이다.

버크는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 정치가이자 문필가로, 영향력이 막강한 견해를 갖춘 데다 그것을 정치적 수사로 표현해내는 독보적 재능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그는 당대의 가장 헌신적이고 유능한 영국 헌법 전통의 옹호자였다. 인내심을 갖고 점진적으로 자국을 개혁하고자 했던 버크는 영국 정계에서 프랑스혁명의 급진주의를 최초이자 명백하게 가장 단호하고 효과적으로 비판한 사람에 속했다.


영국 태생의 미국 이민자였던 페인은 식민지 독립의 대의를 위해 싸운 가장 유창하고 중요한 목소리 중 하나였고, 이후 프랑스에서 혁명이 태동하자 파리와 런던에서 수필가 겸 운동가로 활동하며 혁명가들의 기치를 지지하는 유력한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부패한 억압적 정권을 뿌리 뽑아 국민에게 책임지는 정부로 교체함으로써 정의와 평화라는 대의를 증진시킬 수 있는 계몽주의적 자유주의의 잠재력을 간절히 믿었다. 그는 명석하고 열정적인 자유와 평등의 옹호자였다.

두 사람은 모두 이념과 실천을 모두 갖춘 인물이었다. 그들은 또한 당대의 논쟁 속에서, 그러한 논쟁을 움트게 한 사건들의 세부 사항을 뛰어넘어 훨씬 많은 것을 포착했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잘 알았다. 몇 차례 만났고, 서신을 교환했고, 서로의 출판물에 공개적으로 응답했다. 프랑스혁명을 둘러싼 그들의 사적·공적 논쟁은 "아마도 이제껏 영어로 이뤄진 가장 중요한 이념 논쟁"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그들의 심오한 의견 충돌은 정면 대결을 넘어서까지 확장되었다. 둘은 자유민주주의 정치사상의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두고 깊이 상충하는 세계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론 버크와 페인 사이의 논쟁에 그 시기의 큼직한 주장들을 완전히 담을 수는 없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의 견해차-특히 프랑스혁명 대해서-는 아직까지 연구가 놀랍도록 미진하다.

따라서 저자는 이 책의 목표로, 버크와 페인의 견해차를 검토하고 그로부터 그들의 시대와 우리 시대의 정치 모두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것을 첫머리에 둔다. 그러면서 특히 정치 생활에서, 주어진 과거 권위에 관한 견해차가 버크와 페인의 다양한 주장을 한데 묶어준다는 점, 그리고 이런 견해차에는 전통과 진보 사이의 고루하고 단순한 분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 존재한다는 점을 입증하려 노력한다. 버크의 개혁하는 보수주의와 페인의 복원하는 진보주의는 훨씬 복잡하면서 일관적이다. 그리고 양쪽을 진중하게 고민할 때 미국 정치의 핵심인 경계선(dividing line)이라는 용어를 규명할 수 있다.

19세기와 20세기를 통틀어,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서까지도 두 사람은 빈번하게 다양한 정치 운동에서 관심을 받았다. 그리하여 후대 사람들에 의해 그들의 논지가 악화되기도 하고, 완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온갖 당파들이 이용하고자 했던 대로가 아니라 두 사람이 각각 최초로 만들었던 대로의 논거를 고려함으로써, 버크와 페인이 펼쳤던 세계관이 어떻게 여전히 우리가 사는 자유주의 시대에도 정치 생활과 정치적 변화를 향한 두 개의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성향을 설명하고 있는지 찾아내는 데 있다.

그 두 가지 성향 사이의 긴장은 결국 매우 기초적인 몇 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제기하는 기초적인 질문은 다음과 같다.

"요컨대 우리 사회는 사회적 평등 같은 이상에 대한 냉혹하고 추상적인 공약의 요구에 부합해야 하는가, 아니면 사회가 가진 구체적인 정치적 전통과 기초라는 패턴에 부합해야 하는가? 시민과 사회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선택의 개인적 권리인가, 아니면 우리가 전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의무와 관습의 그물망인가? 큼직한 공적 문제를 가장 잘 다루는 것은 전문가들의 확실한 기술적 지식을 적용하도록 설계한 제도를 통해서인가, 아니면 공동체에 내재한 사회적 지식을 전달하도록 설계한 제도를 통해서인가? 우리 사회의 결점을 포괄적 변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커다란 문제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그럭저럭 잘 돌아가는 것을 기반으로 그렇지 않은 것을 다뤄야 하는 일련의 불연속적인 결함으로 보아야 하는가? 주어진 세계의 특성은 우리가 바라는 세상의 비전에 어떤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런 질문이 쌓여서 결국 정치에 대해 생각하는 다른 방식의 총합이 되고, 사람들은 자신의 국가를 지켜보며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혼합된 상태를 발견한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우리를 둘러싼 사회와 직면할 때 우리는 그 사회의 잘 돌아가는 것에 감사하면서 그것을 강화하고 축적하는 쪽으로 움직일지, 아니면 형편없이 돌아가는 것에 분노하면서 그것을 뿌리 뽑고 변화시키는 쪽으로 움직일지를 결정한다. 물론 이러한 궁극의 행동은 우리의 정치 질서―근대적 자유주의―가 실제로 정확히 무엇인지에 관한 국민의 내재된 관념에 달려 있다.

책 속으로

전면적 혁명에 대한 버크의 반대는 수세기 동안 느리고 점진적인 개혁과 발전을 통해 힘겹게 얻어온 모든 것을 내던질지도 모른다는 그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이를 과거 세대에 대한 신뢰와 미래 세대에 대한 의무를 배반한 것으로 여긴다. 한편 이런 느긋한 개혁에 대한 페인의 반대는 그것이 전제 정치에 대한 신빙성을 부여하며, 부정정해위를 고심해서 다루기보다 죄악을 유지하려는 욕망에 더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267쪽

유벌 레빈 지음 | 조미현 옮김 | 에코리브르 | 352쪽 | 1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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