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10일 어렵게 확보한 우 전 수석과 부인 휴대폰은 뒷북 압수수색 탓에 통화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깡통'인 것으로 드러난데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있는 핵심 자료들은 확보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검찰 안팎에선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직무유기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선 우 전 수석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과 관련, 부하직원에게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를 확인해야하기 때문이다.
우선 우 전 수석의 개인용 '깡통 핸드폰' 외에 공용 핸드폰을 입수할 경우 통화 내역 등 기록이 남아있을 수 있다. 우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사용했던 컴퓨터 등에도 결정적인 증거자료가 남아 있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민정비서관 등 부하직원의 휴대폰이나 컴퓨터 또는 내무문건 등도 수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료들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재벌 총수들의 횡령·배임 사건을 수사할 때 업무지시를 받는 사람들을 다 압수수색을 해왔다"며 "이번 직무유기 사건도 민정수석실 조직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여기를 압수수색해 최순실 관련 자료·내용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법조인은 "검찰 총장이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 조사하라고 해놓고 우 전 수석과 가장 많이 접촉한 사람들을 수사하지 않는 것은 수사 의지를 의심받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는 아직 우병우 라인이 검찰이 주요 보직을 꿰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청와대와 검찰의 '검은 뒷거래'가 들통날 것을 우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우병우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이 사실상 우 전 수석과 통화를 많이 했을 가능성이 큰 '우병우 라인'이다"라며 "우 수석이 검찰 내부와 직거래한 것이 드러날까봐 압수수색을 못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민정수석실 압수수색 여부는 미리 밝힐 수 없다"면서 "현 시점에서 우병수 수사는 후순위"라고 말했다. 이는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씨 기소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보다 급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늦어질수록 증거인멸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이 우 전 수석 직무유기 수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결국 이 문제 역시 특검을 통해서나 제대로 밝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 전 수석의 직무유기 의혹은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전방위적인 국정농단 사태 과정에서 민정수석실이 아무런 제동을 걸지 못했을 뿐더러 수사 정보 유출 등 국정농단을 도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핵심이다.
최씨가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와 우 수석 청와대 입성 직후 골프회동을 했고, 민정수석실에서 올 4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CF감독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비선실세들의 비리와 농단을 전혀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