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영장없이 계좌추적, 돼? 안돼?

현금 흐름 봐야 제대로 감리 vs 영장주의에 위배

대우조선 분식 회계 사태의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회계 감리를 위한 계좌추적권을 부활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당국은 회계투명성 개선 방안의 하나로 금융감독원에 ‘금융거래정보 요구권(계좌추적권)’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예외조항에 ‘회계감리 목적’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계좌추적권은 국가기관이나 유관기관이 특정인의 금융거래 내역을 본인 동의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이다.

금감원은 지난 2004년까지만 해도 회계감리 시 계좌추적권을 활용할 수 있었지만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이 나오면서 현재는 불공정거래행위 등 특정 위법행위를 조사할 때만 계좌추적권이 허용돼 있다.

◇ 현금의 흐름을 봐야 제대로 분식회계 가려낼 수 있어

금감원은 계좌추적권이 허용되면 분식 회계를 효율적으로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허위 계좌를 활용해 매출이나 자산을 부풀리거나 대주주의 횡령을 돕는 기업이나 개인을 손쉽게 적발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감리를 위한 계좌추적권이 허용돼 있다"며 "금감원이 필요할 때만 제한적으로 법에서 의해 계좌추적권을 행사해 분식 회계를 적발한다면 시장에서 분식회계가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의 회계투명성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고윤성 숙명여대 교수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통해서는 회계 부정 여부를 적발하기 힘들다"며 "실제 돈의 정확한 흐름을 알아야 분식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제무재표 감리를 위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금감원에 계좌추적권을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도 "대우조선도 현금의 흐름을 정확하게 분석했으면 분식회계를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감리를 제대로 하려면 계좌추적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개인의 내밀한 계좌정보, 영장주의에 위반

그러나 영장없이 개인의 내밀한 정보인 계좌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검찰 관계자는 "계좌 정보도 통화내역 못지 않게 보호되어야 할 사생활"이라며 "법원의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제한적으로 하더라도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도 "계좌추적은 중대범죄 수사일 경우, 영장이 나와야 집행할 수 있다"며 "영장주의에 의해 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제한된 범위 내에서 허용돼야

하지만 대우조선 사태에서 보듯 분식 회계의 경제적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엄격한 제한 내에서 계좌추적권을 허용하는 게 맞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회의 사후 통제를 받게 하거나 중립적인 외부위원회에 계좌추적 착수나 결과 등을 보고, 승인받게 하고 계좌추적 결과를 외부에 유출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등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김기창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사적 주체 간의 금융 거래에 대해 공권력이 함부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허용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외형적으로 명백히 의심있는 거래 등 범죄의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 한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법조인도 "갈수록 거대기업들의 부정을 잡아내기 힘든 상황에서 회계 부정에 대한 상시 감독을 위해 계좌추적권 허용은 꼭 필요하다"며 "분식 회계야 말로 꼭 적발해야 할 중대 범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의견 수렴 중이며 구체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며 "개인 정보 문제도 있기 때문에 기준 등에 대해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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