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 씨 일가의 이권이 걸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업무에 적극적으로 간섭해온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올림픽 개·폐회식 및 경기장 시설 공사에 입찰 시한을 넘겨서까지 최 씨 소유의 회사 '더블루K'와 업무 제휴를 맺은 외국 기업의 수주 검토를 지시한 게 대표적이다.
월권에 가깝게 조직위 업무에 개입했던 김 차관은 그러나 평창장애인동계올림픽(패럴림픽)과 관련해서는 사뭇 다른 입장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극히 정치적인 이유로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에 대해 상대적으로 차별적인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패럴림픽? 이번 정권에서 열리는 대회 아냐"
복수의 체육계 관계자들은 "김종 차관이 '평창 패럴림픽은 이 정권에서 열리는 대회가 아니다'는 발언을 종종 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기간, 또는 문체부 관련 회의 등에서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창 패럴림픽은 박근혜 정부 이후인 2018년 3월9일 개막한다. 국가 원수직을 유지한다면 박 대통령은 2월9일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만 대회 기간 퇴임한다. 내년 12월 예정된(?) 대선에서 뽑힌 새 대통령이 2월25일 폐막식부터 패럴림픽까지 치르는 것이다.
어차피 다음 정부가 치를 대회인 만큼 박근혜 정권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한 관계자는 "평창패럴림픽은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얘기"라면서 "우리 (박근혜 정부) 것도 아닌데 왜 관심을 갖느냐는 뉘앙스였다"고 전했다. 한 마디로 남 좋은 일 시키는 격이라는 것이다.
물론 현재 평창패럴림픽은 올림픽과 비교해 예산상 불이익을 받는 상황은 아니다. 조직위 관계자는 "패럴림픽은 평창올림픽 경기장과 시설을 고스란히 쓰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예산은 함께 간다"면서 "또 조직위 내에서도 두 대회 간 형평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실제 대회 기간 운영과 관련한 예산은 장담하기 어렵다. 이 관계자는 "아직 패럴림픽까지 기간이 남은 상황이지만 실제 대회가 가까워 오면 문화, 공연 등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귀띔했다. 현 정권의 업적으로 남을 평창올림픽에 대한 예산이 집중되면 차기 정부에서 치러질 패럴림픽에 대한 지원이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예산은 체육계 장악 위한 '전가의 보도'
이런 발언에는 정치적 이유 외에도 다른 배경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예산을 무기로 산하 단체를 압박하는 김 차관 특유의 장악 방법이라는 것이다.
모 체육계 인사는 "김 차관 부임 이후 각 종목 체육단체에 대한 경기력 향상 지원금 전달 주체가 대한체육회에서 문체부로 바뀌었다"면서 "김 차관이 이를 주무르면서 전 체육단체를 장악했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국가대표 선수들에 대한 훈련 비용도 문체부가 맡았는데 통합에 반대하는 엘리트 체육계를 압박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김 차관의 이런 발언과 태도는 올림픽과 관련한 주무 부서 차관으로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대회인 만큼 성공적인 개최를 다짐해도 모자랄 판에 어느 정권인지를 따진다면 자칫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최 씨 일가의 이권이 걸린 동계올림픽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서 현 정권 이후의 패럴림픽은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은 지극히 이중적이자 이기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한 체육계 인사는 "주무 부서의 실무 책임자로서 명백히 직무를 유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