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도 거부, 하야도 거부…'100만 촛불'에 저항하는 朴

헌법특권 핑계 '숙고 타령', '진박 칼잡이' 앞세워 수사 회피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촉구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내려와 박근혜'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00만 촛불'로 상징되는 민심에 부응하는 대신, '2선 후퇴'도 '하야'도 거부하면서 국민과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헌법 위반의 책임을 헌법상 특권으로 회피하고, 수사받겠다던 본인의 말을 법률대리인의 말로 번복하는 '역설적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이 정국 안정을 위한 후속조치 방안을 숙고하고 있다"면서 대통령 하야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의 숙고는 지난달 25일 1차 대국민 사과 때부터 계속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측근 경질이나 국무총리 추천권 국회 이양 등 간간이 숙고의 결과물을 내놓기도 했지만, 어느 것도 민심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민심은 정확히 박 대통령의 하야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즉각 퇴진'이든 '질서 있는 퇴진'이든 어떤 방식의 하야도 "하야나 퇴진은 헌법정신에 맞지 않다"며 거부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돼 있는 5년 임기가 보장돼야 한다는 얘기다.


직을 유지하되 책임총리에게 내정을 맡기는 2선 후퇴에 대해서조차 "대통령이 모든 것에서 물러날 헌법상의 근거는 없다"고 청와대는 강변해왔다.

정작 헌법을 위반한 쪽이 박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이같은 태도는 자가당착으로 비판받는다. 최순실이란 선출되지 않은 비선이 국정의 일익을 담당하고, 국정의 방향마저 국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최순실의 사익 추구에 악용된 점은 헌법상 국민주권주의와 대의제 원리에 명백히 반한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진상규명 의지마저 의심받는 지경이다. 지난 4일 "필요하다면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던 박 대통령은 법률 대리인의 입을 빌어 입장을 뒤집었다.

박 대통령 변호를 맡은 '진박' 유영하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직무수행에 지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서면조사가 바람직하다 △대면조사를 한다면 회수를 최소화해야 한다 △모든 의혹이 충분히 조사된 뒤에나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 등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때마저 헌법정신이 거론됐다.

"현 상황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대면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검찰의 '16일 조사' 요청을 묵살하면서 사실상 수사 거부 선언을 한 셈이다.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4일 담화)던 박 대통령 본인의 호언장담이 무색하다.

'숙고'가 아닌 '결단'이 필요한데도 박 대통령은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국정 주도 의지를 고수하는 박 대통령은 정작 최근 한달간 국무회의 주재 한번 못했다. 이러는 동안 국정수행 지지율은 역대 최저치인 5%(한국갤럽 기준)에 고착됐다. 박 대통령을 떠난 민심은 오는 19일 다시 '하야 촛불'을 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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