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로몬] "나는 대한민국 검사다" 아직도 자랑스러워요?

"말 잘 들으면 승진, 안 들으면 물 먹이고"

쓸로몬은 쓸모있는 것만을 '즐겨찾기' 하는 사람들을 칭하는 '신조어' 입니다. 풍부한 맥락과 깊이있는 뉴스를 공유할게요. '쓸모 없는 뉴스'는 가라! [편집자 주]

'우병우 황제조사' 논란 이후 가려진 검찰청 조사실 창문(자료사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나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 곳이 있습니다.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존재한다는 검찰 조직인데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에 있던 2년 5개월 동안 검찰이 도대체 수사를 어떻게 했기에 '우병우 사단'이니, '정치 검찰'이니 하는 말들이 끊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이름하여 '박근혜 정권의 검찰 길들이기'

2012년 12월 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악성 댓글 작성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한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왼쪽/자료사진). 2013년 9월 6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을 첫 보도한 조선일보 1면(오른쪽)


지난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의 댓글 공작 사건은 박근혜 정권의 정통성과 직결된 문제였던 만큼 그들에겐(?) 세상에 드러나선 안 될 '치부'였습니다 .

하지만, 눈치 없는 검찰총장이 정말 '법대로' 수사를 하니까 청와대와 집권 여당 입장에선 심기가 불편했던 겁니다.

그래서 결국 보수언론에 혼외자 정보를 흘려 '채동욱 찍어내기'를 했죠. 검찰총장을 갈아치웠습니다.

(편집=김효은 기자)


청와대가 검찰 조직을 완전히 장악하기 시작한 건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인 것으로 보입니다. 2014년 5월 우병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시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죠?

같은 해 8월 보수단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당일 잃어버린 7시간'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자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에 나섰습니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박 대통령의 7시간 의혹을 '허위'라고 결론 짓고, 가토 전 지국장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가토 전 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국제적인 망신만 당했죠. 애당초 검찰이 일본과 외교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담당 부장검사는 이후 대검찰청 핵심 보직으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에 따르면 우병우 사단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청와대의 검찰 장악은 어떤 모습으로 구현됐을까요? 청와대가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내리면 검찰은 하명 수사를 하는 식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사건.

(편집=김효은 기자)


'정윤회 국정 개입은 사실'이라는 세계일보 보도가 나오자 정윤회씨와 이재만 당시 총무비서관 등은 해당 언론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청와대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이라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검찰은 정윤회씨 대신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리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죠. "정윤회 문건은 허위다"

수사 책임자였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의 부장검사도 우 전 수석과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는 '우병우 사단'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이때 사건을 수습한 공로를 인정 받아 민정수석으로 영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죠.

검찰이 이때 최순실씨의 연결고리였던 정윤회 의혹 사건을 제대로만 수사했다면, '비선실세 국정농단'은 더 빨리 밝혀질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청와대 민정라인이, 또 검찰이 역사상 최악의 정부 운영을 목격하고도 눈감은 결과는 '국정 마비 사태'라는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습니다.

(편집=김효은 기자)


이뿐일까요?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지자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렸습니다. 친박 실세 6명의 이름이 거론된 대형 정치자금 스캔들이었죠.

하지만, 청와대는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사면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물타기를 했습니다.

사건은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두 사람만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고, 친박 실세 6명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지난 7월부터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들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습니다. 조선일보는 우 전 수석 처가와 넥슨 간 강남 땅 거래 의혹을, 한겨레는 우 전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 의혹을 제기했죠.

이후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는데, MBC가 이 특감의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을 보도하면서 사건의 본말이 전도되기 시작합니다.

검찰은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이석수·우병우 두 사람에 대한 의혹을 동시에 수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우 전 수석이 현직에서 물러나고, 고발이 있은 후 114일이 지나서야 우 전 수석을 소환했습니다. 또 조사를 받으러 온 우 전 수석이 팔짱을 낀 채 '후배' 검사와 대화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황제 조사' 논란도 벌어졌죠.

우병우 전 수석이 6일 피고발인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사진=조선일보 제공).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 고검장은 법조계에서 대표적인 우병우 사단으로 꼽히는 인물인데요, 팀장으로 발탁된 직후 검찰 수사 내용이 민정수석실에 보고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검사입니다. 검사로서 자긍심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인연에 연연할 정도로 미련하지 않습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현재 진행형인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살펴보겠습니다.

수사 총책임자인 본부장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인데요, 박영선 의원은 "대통령이 이영렬 이 분을 반드시 (지검장을) 하라고 시켰다. 최순실이 임명한 사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펄쩍 뛰었습니다. "전혀 아무런 근거 없는 명백한 허위내용이다. 무차별적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명예를 훼손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반응을 내놨습니다.

검찰은 최씨에게 제3자 뇌물죄보다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운 직무유기 혐의 등만 적용한 상황. 아울러 신속하게 돌아가는 주요 피의자들의 소환 조사 일정도 이례적입니다. 국민들은 또 다시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이래도 '정치검찰' 아닌가요? 대대적인 검찰 개혁과 함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위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다시 힘을 받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검사님들, 답해보시죠. 검사라는 자긍심이 아직 남아있기는 한가요?

'국민 검사'로 불린 심재륜 전 고검장이 최근 시사인과 가진 인터뷰 내용이 의미심장합니다. "식물정부라서 더 이상 잘 보일 일도 없잖은가. 우병우 민정수석이 그만두기 전에 검찰이 그를 상대로 수사했어야 옳다. (중략) 외압에 맞서 청와대를 조사했어야 한다. 쫓겨나더라도 그 과정에서 쫓겨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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