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에 처한 이정현 대표는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선 주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폭언을 쏟아붓기도 했다.
◇ 이정현 로드맵 두고 원내대표·사무총장 말다툼
15일 오전 정진석 원내대표 주재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원내대표와 박명재 사무총장 사이에서 말다툼이 벌어졌다.
정 원내대표의 최고위회의 불참이 발단이 됐다.
박 사무총장이 '로드맵이 제시되면 최고위 회의에 복귀하겠다'는 정 원내대표의 말을 두고 회의 참여를 요구하자, 정 원내대표는 "나 좀 그만두게 해 달라"고 거절했다. 둘 사이 고성이 오갔고, 소리가 문 밖까지 들릴 정도였다.
"예산 정국이 마무리되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그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이 대표의 즉각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버티기에 돌입했다. "오물을 뒤집어쓰더라도 내가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내년이면 대선 주자가 활동하게 되는데 새 지도부를 뽑아서 내년 정치 일정을 수행해야 한다"며 퇴진 시한을 12월 20일로 못박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새 얼굴과 의지로 새누리당을 끌고 가야 하는데 제가 오물을 뒤집어쓸 때까지 뒤집어쓸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조기 전대론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내놓은 로드맵"이라도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당초 오늘 오전 3선 의원 23명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안상수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원외 당협위원장의 피켓 시위를 마주해야 했다.
◇ "지지율 10%25도 안되는…" 대표가 당 소속 대선주자에 원색적 비난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리더십이 동반 추락한 이 대표는 화살을 당내 대권주자들에게 돌렸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로 분류되는 남경필, 원희룡 등 시도지사들이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데 대해 "지지율 다 합쳐서 10%도 안 되는 사람들은 새누리당 이름에 먹칠하지 말라"고 폭언을 퍼부었다.
이 대표는 "대권 주자라는 타이틀만 즐기고 언론에 한 줄 나가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명색이 대선주자, 도지사 하는 사람들이 이정현 사퇴 글을 SNS에 올리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해지는 이 대표의 '의지'와 달리, 당내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비주류 중심의 '비상시국회의'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원외 시도지사와 4선 이상 중진 의원들로 구성된 명단을 확정, 발표했다. 이 대표 지도부 체제를 대신할 임시 지도부인 셈이다.
황영철 의원은 실무회의 후 브리핑에서 "오는 16일 대표자 및 실무자 연석회의를 열어 국정 수습 방안과 이 대표의 조기 전대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18일에는 외부인사를 초청해 비상시국총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