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는 야권 유력 대선주자라는 정치적 비중을 감안해 박 대통령의 2선후퇴 및 거국중립내각 이상의 발언은 자제해왔다.
그는 "그동안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일부의 비판까지 감수하며 최대한 인내해 왔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앞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전날 영수회담 취소 소동에 대해 사과하면서 "국민과 함께 행동할 수 있는 비상시국회의를 만들고 1천만명 서명운동 등을 시작"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들이 언급한 '비상기구'는 1987년 6월항쟁을 국민 승리로 이끌며 전두환 군사독재를 종식시킨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를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인다.
국본은 6월항쟁을 앞두고 야당과 시민단체, 종교계, 학생운동조직 등을 망라해 만들어진 건국 이래 최대의 반독재 연합전선이다.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해 '독재타도 호헌철폐'로 집약되는 민주화 투쟁에 집중함으로써 거국적인 동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던 문 전 대표도 당시 부산 국본의 상임집행위원이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상임집행위원장이었다.
국본 모델이 다시 거론되는 것은 박 대통령 퇴진은 물론 사회 전반의 대개혁을 갈망하는 국민적 욕구가 87년 6월에 비견될 만큼 강렬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5%에 머물고 광화문 집회에 100만 인파가 운집한 것은 거의 모든 계층이 연대할 수 있을 만큼 민의가 모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는 15일 박 대통령 퇴진을 위한 비상시국회의 추진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제안하는 등 시민사회 및 종교계 등의 움직임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기자회견 전문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헌법 유린,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접하며 참담한 부끄러움과 깊은 분노를 느껴왔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인내해 왔습니다.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일부의 비판까지 감수했습니다. 이는 오로지 국정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충정 때문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퇴로를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러한 저와 우리 당의 충정을 끝내 외면했습니다. 오히려 졸속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는 등 권력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채 민심을 거역하고 있습니다. 이제 민심이 무엇을 원하는지 명약관화해졌습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쏟아진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들의 통탄은 대통령의 하야만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절망감의 표현입니다. 대통령의 퇴진을 넘어 시대를 교체하고 나라의 근본을 확 바꾸라는 준엄한 명령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민주권이 바로 서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자는 국민들의 합의입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저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운동에 나서겠습니다.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지역까지 함께 하는 비상기구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퇴진운동의 전 국민적 확산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위기는 또 다른 기회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과거와 결별하고 국가를 대개조하는 명예혁명에 나서야 합니다. 부패와 특권을 대청산하고 '흙수저' '금수저'가 따로 없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저력과 성숙한 민주의식을 믿습니다. 2016. 11. 15. 문 재 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