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봉을 탐냈던 대학 관계자들은 허수봉이 또래보다 기본기가 뛰어난 선수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기대만큼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장 주전으로 뛰기보다는 착실한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는 허수봉은 프로 무대에서의 성장을 선택했다. 대한항공의 유니폼을 입으며 ‘제2의 정지석’이 될 수 있다는 상당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당장 올 시즌의 우승을 원하는 대한항공과 미래를 위해 ‘수비형 레프트’가 필요했던 현대캐피탈은 시즌 중 과감한 결정에 합의했다.
현대캐피탈은 ‘당장 쓸 수 있는’ 3년차 센터 진성태를 내줬고, 대한항공은 ‘미래가 기대되는’ 1년차 허수봉을 내줬다. 출혈이 불가피한 결정이었지만 서로가 원하는 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선택이었다.
현대캐피탈이 허수봉을 영입하기 위해 내준 진성태는 사실 최태웅 감독이 매우 아끼는 선수였다. 기량 면에서 신영석, 최민호를 뒷받침할 확실한 로테이션 멤버였을 뿐 아니라 팀 내 ‘해피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역할을 맡은 것도 진성태였다.
12일 충남 천안의 훈련장에서 만난 최태웅 감독은 “(진)성태는 정말 내주고 싶지 않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수비형 레프트 자원을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팀의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진성태의 트레이드를 결정하기 전까지 3, 4일가량 잠도 못 자고 고민이 컸다는 최태웅 감독은 “트레이드가 결정되고 성태가 찾아와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을 텐데 힘내시라’고 위로를 해줬다. 인성 좋고, 성실하고, 프로 마인드까지 갖춰진 선수를 내주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둘은 헤어지기에 앞서 뜨거운 눈물까지 나눴다.
최태웅 감독은 이제는 대한항공 선수가 된 진성태에게 “새 팀에 적응하느라 힘이 들 텐데 내가 항상 이야기했던 ‘프로정신’에서 벗어나지 않게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면서 “대한항공에서 맡은 역할 최선을 다해서 더 좋은 기록과 성적으로 기여하고, 지금보다 더 큰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응원 메시지도 빼놓지 않았다.
진성태를 대한항공에 내준 것은 분명 뼈아픈 결정이었지만 최태웅 감독은 더 큰 그림을 그렸다. 현대캐피탈은 전통적으로 수비형 레프트 자원이 신통치 않았다. 송인석, 장영기, 임동규 등이 역할을 맡았지만 만족할 만큼은 아니었다.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이 ‘1년차’ 최태웅 감독과 함께 돌풍을 일으킬 수 있던 이유도 레프트 자원 오레올 덕분이다.
이 때문에 최태웅 감독은 ‘수비가 되는’ 레프트 자원을 지난 1년간 찾아다녔다. 그리고 낙점한 것이 바로 허수봉이다. 당장 쓸 수 있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수년간 공을 들이면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아끼는 선수를 내주면서도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숨은 이유다.
최태웅 감독은 “장신(197cm)인데 리시브가 가능하다. 가능성이 매우 높은 선수”라며 “훈련 때 지켜보니 라이트 공격할 때 각이 더 컸다. 잘만 키운다면 리시브가 되는 라이트가 될 수 있다. 라이트가 리시브까지 해주면 팀은 말 그대로 ‘대박’을 맞게 되는 것”이라고 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허수봉은 지난 11일 대한항공 원정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V-리그 최연소 데뷔 기록을 갈아치웠을 뿐 아니라 강력한 스파이크를 선보이며 자신을 선택한 최태웅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학창시절부터 주포로 활약한 허수봉이 배짱도 남달라 가르치는 입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고 평가한 최태웅 감독은 “올 시즌은 기본기를 다듬고 체중을 불리는 일정으로 개별 관리를 한다”면서 “공격 자세나 수비, 리시브 자세를 교정하는 동시에 73, 4kg에 불과한 몸무게를 10kg 이상 불린다면 데뷔전때 보여준 모습보다 훨씬 더 나은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