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부터 이달까지 소녀시대 멤버 셋이 각자 다른 작품으로 안방극장을 찾았다. 윤아는 tvN 10주년 특별기획 'THE K2', 서현은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유리는 웹드라마가 원작인 SBS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 처음으로 '캔디' 벗어난 윤아, 아쉬운 용두사미
고안나는 어른들의 이해타산 때문에 10여 년간 스페인 수도원에 갇혀 있으면서도 아빠를 만나기 위해 탈출을 감행하는 집요함, 부모 품을 떠나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해 세상 물정에 어두운 순수함을 동시에 지닌 캐릭터였다. 또한 엄마 엄혜린(손태영 분)의 죽음에 분노하며 장세준의 처 최유진(송윤아 분)에게 복수를 꿈꾸기도 하고, 우연한 계기로 자신의 보디가드가 된 김제하(지창욱 분)와 애절한 로맨스를 이뤄가는, 지금까지 윤아가 맡았던 역할 중 가장 복잡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THE K2'는 6회에서 최고 시청률 6.2%를 기록하며 일찍부터 고정 시청자층을 끌어모았다. 특히 5화에 등장한 라면씬에서는 고안나의 아이 같은 천진한 매력이 잘 드러나 '윤아가 드디어 인생작을 만났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였다. 러브라인을 이루는 지창욱과의 케미에 응답한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타이틀롤인 남자주인공의 이야기 실종, 개연성이 떨어지는 무리한 전개 등으로 중반부부터 드라마가 휘청이기 시작했다. 대본이 널을 뛰는 와중에도 송윤아, 지창욱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반면, 윤아는 후반부로 갈수록 미흡함을 노출해 시청자들에게 캐릭터를 충분히 설득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 조연으로 사극에 첫 도전한 서현
SBS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던 '달의 연인'에 서현이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화제를 모은 것은 이 때문이었다. 정극으로는 두 번째이고, 사극은 첫 도전이었던지라 '아이돌의 연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빠지지 않았다.
서현은 '달의 연인'에서 후백제 견훤의 넷째 아들인 금강의 살아남은 유일한 핏줄이자 마지막 공주인 우희를 연기했다.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었고 그 중에서도 비중이 작았으나, 고려 황제 왕건(조민기 분)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다 왕건의 아들인 13황자 백아(남주혁 분)와 사랑에 빠지는 흥미로운 캐릭터로 관심을 모았다.
연기경력이 비교적 짧고 뮤지컬 연기톤을 가지고 있는지라 서현도 연기력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왕건에 대한 복수심을 표현하는 것이 과해 보인다거나, 말투가 어색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눈빛 연기나 감정 표현은 무난하고, 한 회에서 단 몇 분밖에 나오지 않는 작은 분량에도 배역을 위해 승마, 검무를 익히는 등 연기자로서의 자세가 좋다는 반응도 있었다.
◇ 울리고 웃기고, 다채로운 매력 선보인 유리
하지만 그동안 '연기자' 유리에게 따라붙는 평가는 부정적인 편이었다. 첫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패션왕'과 영화 '노브레싱'에서 모두 혹평을 받았고, 작년 작품 '동네의 영웅'에서도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되는 연기를 보이지 못했다.
이를 반전시킨 작품이 바로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다. '고호의 별밤'에서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사내 동료·선후배 5명에게 사랑을 받는 주인공 고호를 맡으며 유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흔한 서브여주인공도 없는 원톱 여주인공이었던 만큼, 유리에게 주어진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유리는 소심하지만 투덜거림까지 참지는 않는 직장인으로서의 모습과, 까칠한 상사 강태호(김영광 분)와의 두근두근한 로맨스 모두를 매끄럽게 소화해 호평을 받았다.
광고주를 위해 뽀글이 가발을 쓰고 우스꽝스러운 막춤을 선보이다가도, 오빠와 자신을 차별하는 엄마를 보고 섭섭함에 눈물을 짓고, 새 상사로 온 구남친 황지훈(이지훈 분)에게는 영문 모르고 맞은 이별에 대해 따지는 등 다채로운 면을 가진 고호를 무리없이 연기했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