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오는 17일까지 대우조선 노조가 구조조정에 동참하겠다는 확약서에 동의하지 않으면 추가 자본확충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17일은 자본확충을 위한 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채권단이 끝내 자본을 확충해주지 않으면 이미 자본잠식 상태인 대우조선해양은 법정관리 행이 불가피하다.
이사회를 4일 남겨놓고도 채권단이 동의안을 받는데 실패하자 14일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서 노조를 압박했다.
임 위원장은 "시장 불안을 불식하고 정상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려면 대우조선 노사가 보다 확고한 회생 의지를 즉각 보여줘야 한다"면서 "노조도 구조조정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노사 확약서를 제출해 손실 분담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노조를 향한 최후 통첩인 셈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를 추진하려면 모든 이해 관계자의 고통분담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면서 "노조가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한다면 채권단이 마련한 자본확충계획도 실행할 수 없다"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을 위해 또 다시 국민의 혈세를 쏟아붓고, 대규모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정부와 국책은행으로서는 추가 지원의 명분을 얻기 위해서도 노조의 고통분담이 반드시 필요한 처지다.
더구나 대우조선의 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경기 부진으로 수주가 급감하고, 영업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최악의 상황도 정부와 채권단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의뢰한 멕킨지 보고서에서 조선업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2강 체제로 가야한다는 조언 등을 무시하면서까지 정부와 채권은행이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에 매달리는 데 대해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대우조선을 청산할 경우 천문학적 손실을 입게 되는 수은과 산은의 자본확충이 불가피해 지고, 이 경우 책임문제와 함께 두 은행의 합병 주장 등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노조가 구조조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커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노조는 이미 1천2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 인력 감축을 전제로 하는 노사확약서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관계자는 "사측이 협상을 요구하면 응하겠지만 인력감축을 전제로 하는 고통분담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만큼 한진해운에 이어 대우조선도 결국 법정관리로 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