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전직 주치의들은 물론 청와대에 24시간 상주하면서 대통령의 건강을 챙겼던 초대 의무실장조차 김씨를 알지 못했다고 토로하면서 김씨의 '비선 진료' 의혹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특히 정당한 절차를 거쳐 청와대 자문의가 됐다는 김씨의 주장과 달리 주치의와 의무실장이 김씨의 존재를 몰랐거나 진료 자체에서 배제되면서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씨가 안보와 직결되는 대통령의 건강까지 좌지우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질 전망이다.
김씨는 최순실-정유라 모녀와 언니인 최순득-장시호 모녀에게 안티에이징(노화방지) 등 피부미용 관련 시술을 전문적으로 해준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초대 의무실장을 지냈던 연세대학교 소화기내과 김원호 교수는 14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내 기억으로는 김씨의 의무기록이 아예 없었다"고 말했다.(14일자 [단독]靑경호실 초대 의무실장 "최순실 단골의사 일면식 없다")
김 교수는 또 "김씨가 자문의가 됐다는 것도 소문을 들었을 뿐"이라며 "(공식적으로) 진료를 하러 오지 않아 일면식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가 의무실에 박 대통령의 진료나 치료에 관한 약물 등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건강을 24시간 지근거리에서 챙기는 청와대 의무실장조차 대통령에 대한 김씨의 각종 진료에 동석하지도 사후 보고도 받지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씨는 "대통령을 진료할 때 의무실장과 주치의 등이 함께 있었고, 대통령 진료에 필요한 약물은 의무실을 통해 마련했다"고 주장해왔다.
또 "주치의의 추천을 받아 이력서를 제출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대통령 자문의가 됐다. 한달에 한번 부를 때만 (청와대에) 들어갔고 의무실장, 주치의, 간호장교가 배석한 상태에서 진료를 봤다"고 밝혔지만 언급된 주요 인물들이 이를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병석 원장은 "지난 2013년 7~8월쯤 청와대에서 비서실장과 함께 자문의들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김씨가 자문의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자신은 김씨의 자문의 선발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결국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피부미용 등을 담당했던 인물이 청와대 자문의가 되는 과정도 석연찮은 데다 대통령 진료 과정도 공식 절차를 거친 게 아니어서 국가안보와 직결된 대통령 건강도 사인(私人)에 의해 농락된 셈이다.
특히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 진료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호출이 오면 서울 경복궁역까지 갔고 청와대가 보내준 차를 타고 들어갔다고 말하기도 했다.(12일자 [단독]최순실 단골의사 "청와대서 보낸 차량 타고 들어갔다")
통상 자문의는 주치의와 동행하도록 돼 있는데 이런 내부 규정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어서 결국 대통령의 '밤의 주치의'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씨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과 관련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인물로 관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