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농단하고 국기를 물란케 한 사건의 진상을 규명케 하여 주시옵소서. 관련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통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여 주시옵소서.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실망감과 배신감을 씻어주옵소서. 대통령의 눈을 가리고 사리사욕을 탐한 무리들을 물리쳐 주시옵소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총회장 이성희) 목회자들이 현 시국을 기도로 이겨나가자는 취지로 14일 서울 연동교회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그런데, 기도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은 한 마디도 없었다. 오히려 국정농단 사태의 희생양으로 포장한 듯한 인상마저 줬다.
대통령은 '희생양'으로, 주변 관련자들은 '사리사욕을 탐한 무리'로 규정한 기도회 주최측은 "진상규명을 통해 주변의 관련자들을 벌하여,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을 씻어달라"는 내용의 기도를 드렸다.
이 같은 기도 내용은 지난 주말 광화문광장에서 드러난 촛불 민심과는 동떨어져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최근 진보와 보수를 넘어 교단차원의 시국 선언문이 이어졌지만, 통합총회는 공식적인 시국선언문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타락한 영에 사로잡힌 이들이 국정을 농단해도, 사이비 이단이 정권과 밀착해도 수수방관하였나이다"
예장통합총회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는 회개와 간구, 다짐의 순서로 진행됐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국정이 무너지는 것을 깨닫지 못했음'을 먼저 회개했다. 그리고 대통령이 사죄하고 공직자들이 책임을 감당해 난국을 수습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이 되게 해달라고 간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며 섬기며 살겠다고 다짐의 기도를 드렸다.
기도회 예배에서 메시지를 전한 이성희 총회장은 "교회가 기도하지 못했음을 회개해야 한다"면서 "이 혼란한 정국을 기도로 타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