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는 올해 NC 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데일리 MVP로 선정돼 100만원 상당의 타이어 교환권을 선물로 받았다.
14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는 미디어 투표 결과 총점 642점을 획득해 530점을 기록한 삼성 최형우을 제치고 정규리그 MVP 수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트로피와 3600만원 상당의 KIA자동차 K7 하이브리드를 부상으로 받았다.
타이어를 먼저 받았고 곧이어 승용차를 받았다. 일이 톱니바퀴처럼 술술 풀리는 느낌이다.
니퍼트의 2016시즌이 그랬다. 마운드에서 위압감을 내뿜었고 포수 양의지는 안정된 리드로, 야수는 최상의 수비와 타격으로 니퍼트를 도왔다. 자신도 팀도 승승장구했다.
올해 정규리그 다승(22승), 평균자책점(2.95), 승률(88.0%) 1위를 차지하며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끈 니퍼트는 외국인선수로는 역대 4번째, 전신 OB 시절을 포함해 두산 선수로는 5번째로 MVP의 영예를 차지했다.
니퍼트는 "솔직히 놀랐다. 선발투수가 MVP 경쟁에서 쟁쟁한 야수를 제치고 이기기가 쉽지 않아 예상하지 못했다. 동료들의 훌륭한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니퍼트는 두산 예찬론을 펼쳤다. 자신이 올해 뛰어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한국 무대에서 6년이나 머물 수 있었던 것도 두산 덕분이라고 했다.
MVP 트로피는 니퍼트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모두가 'No'라고 할 때 스스로 'Yes'를 다짐하며 이뤄낸 성공이기 때문이다.
니퍼트는 지난 9월13일 정규리그 20승을 달성한 날 팬 앞에서 울었다. 당시 니퍼트는 "나는 미국의 시골, 작은 동네에서 자랐다. 어릴 때 메이저리그에서 야구 선수로 성공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주위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걸 다 이겨내고 성공했고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말한 바 있다.
니퍼트는 "KBO 리그가 내 커리어를 연장해줬다고 생각한다. 내 인생의 소중한 부분이다. 아마 두산이 아니면 이런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퍼트는 시상식에서도 2번 눈물을 흘렸다. 투수 3관왕 트로피를 받을 때 그리고 MVP로 호명될 때도 눈시울을 붉혔다. 눈물의 의미를 묻자 "나처럼 나이가 조금씩 들고 있는 야구 선수가 이처럼 훌륭하고 완벽한 팀에 소속된다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다. 너무 감격스러웠다"고 답했다.
이어 니퍼트는 "6년 전과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 생활이 내게 잘 맞고 즐겁다. 팀은 아낌없이 나를 지원해줬고 내 야구 인생의 경력이 되살아나는 계기가 됐다. 6년간 머물면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니퍼트는 이제 한국에서의 삶이 자연스럽다. 이날 시상식에는 니퍼트의 한국인 아내가 동행했다. 끊임없이 다정한 모습을 연출해 시상식을 찾은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니퍼트는 우리말로 직접 "여보, 사랑해"라고 말하면서 "나와 내 아내에게 나쁜 말들이 담긴 악플들이 있었는데 아내가 그걸 보면서도 계속 내조하고 도와줘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니퍼트는 "지금 내가 잘했다 만족하면 포기하는 기분이 들 것 같다. 더 열심히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내년 시즌에 임하겠다. 두산에서 할 수 있는 게 더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던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