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많이 했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14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시상식에서 '투수 3관왕' 더스틴 니퍼트가 MVP 수상자로 결정된 순간 '타격 3관왕' 최형우의 표정은 그래도 밝아보였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MVP를 차지하지 못한 아쉬움으로 가득 했다.
유효표로 인정된 총 102명의 투표인단 가운데 62명이 두산의 니퍼트에게 1위표를 던졌다. 2위표 35장, 3위표 2장을 묶어 816점 만점 가운데 642점을 받았다. 삼성 최형우는 1위표 35장, 2위표 56장, 3위표 7장, 4위표 2장, 5위표 1장을 받아 총점 530점으로 니퍼트의 뒤를 이었다.
니퍼트가 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등 투수 3관왕을 차지했고 두산의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MVP 투표를 압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외국인투수로 MVP를 받았던 2007년 두산의 리오스는 당시 총 91표 중 71표를 휩쓸었다.
그만큼 최형우의 시즌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올해 13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76, 31홈런, 144타점을 기록했다. 195개의 안타를 때렸고 99득점을 올렸다. 타율과 최다안타, 타점상을 휩쓸었다. 출루율은 0.464, 장타율은 0.651으로 단연 압도적인 OPS를 기록했다. 온갖 2차 통계를 살펴봐도 최형우는 2016시즌 KBO 리그 최고의 타자를 넘어 최고의 선수였다.
그러나 MVP는 그해 리그에서 가장 가치있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아무래도 팀 성적이 많은 영향을 끼치는 부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형우는 니퍼트와 경합을 벌였다. 그래서 그가 느끼는 아쉬움이 더 큰 것 같았다.
최형우는 "올해는 기대를 많이 했다. 2011년에 못받은 적이 있었다. 나름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워낙 잘한 선수가 있었다. 올해는 다른 선수가 얼마나 잘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름 어마어마한 기록을 냈기 때문에 기대가 많았고 또 받고 싶었다. 많이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형우는 2011년 타율 0.340, 30홈런, 118타점을 올리며 맹활약했고 팀 우승도 이끌었다. 최형우가 말한 '워낙 잘한 선수'는 KIA 윤석민. 삼성에는 최형우와 오승환이 함께 MVP 후보로 거론되면서 표가 분산됐다. 최형우는 그해 3위에 그쳤다.
최형우는 솔직했다. "앞으로도 이렇게 잘하지는 못할 것 같다. 올해 정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 내년에 다시 열심히 하겠지만 올해처럼 이렇게는 좀 힘들 것 같다"며 웃었다. 그래서 MVP를 꼭 받고 싶었다.
최형우가 올해 리그를 압도한 타자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FA로이드' 때문에? 최형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려웠지만 FA 생각을 버리고 즐겼다. 진짜로 즐겼다. 다른 해와 달리 내 기대치를 내려놓았다. 편하게 하자고 했다. FA 이후 성적이 부진한 선수를 보면서 스스로 내려놓자고 했는데 자연스럽게 슬럼프가 거의 없었다"며 "내 성격이 그런 건 잘한다. 힘들어도 내려놓자고 하면 어느 정도 된다. 장점 같다"며 웃었다.
최형우는 FA 최대어 중 한명이다. 최대한 빨리 협상을 끝내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싶어한다. 해외에서도 영입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도 숨기지 않았다.
최형우는 "빨리 끝내고 싶다. 언제라고 말하기는 그런데 이번 주라도, 빠르면 내일이라도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해외 오퍼도 있다. 해외에 큰 무게를 둔 건 아니지만 있긴 하다. 큰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다"고 솔직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