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형 외인’ 톤, 첫발 뗀 현대캐피탈의 유일한 고민

V-리그 출범 후 처음으로 남자부 외국인 선수를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발한 2016~2017시즌. 자유계약으로 V-리그 무대를 밟았던 세계적인 선수들보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영입하는 선수들의 기량 저하가 가장 큰 고민이었지만 세계무대와 비교해 기형적인 외국인 선수 유지 비용에 V-리그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여자부에 이어 남자부도 트라이아웃을 새 시즌 외국인 선수를 뽑았고, 이 가운데 현대캐피탈은 눈에 띄는 선택을 했다. 대부분 공격력이 좋은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는 것과 달리 현대캐피탈은 수비력이 좋은 캐나다 출신의 톤 밴 랭크벨트를 영입했다. 최태웅 감독은 지난 시즌 활약했던 쿠바 출신 오레올 까메호와 달리 공격력은 뛰어나지 않지만 리시브나 수비면에서는 리그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캐피탈이 ‘공격’이 아닌’ ‘수비’에 비중을 둔 것은 최태웅 감독의 놀라운 시도 때문이었다. 톤이 수비적인 역할에 집중하는 사이 부족한 공격은 센터 자원인 신영석, 최민호가 대신한다는 것이 최태웅 감독의 올 시즌 구상이다. 이 둘의 큰 키를 활용해 기존의 센터 활용은 물론, 레프트와 라이트 포지션에서 고루 활용한다는 깜짝 선택을 내놨다.

비록 적응할 시간은 부족했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최민호와 신영석의 가세로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못지 않은 ‘스피드 배구’의 돌풍을 올 시즌도 계속하고 있다. 2라운드가 막 시작된 현재 현대캐피탈의 성적은 4승3패. 1라운드까지는 4승2패였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의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나서는 캐나다 출신 외국인 선수 톤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공격이 아닌 수비에 더 무게를 두고 경기하는 역할을 맡았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깨진 연승 기록, 2년차 징크스…최태웅은 모두 예상했다

지난 12일 충남 천안의 훈련장에서 만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승점이 적을 뿐 4승2패는 너무 잘한 결과”라며 “연승이 깨졌고, 다시 두 경기 만에 연패에서 벗어났다. 힘든 상황에서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선수들이 가진 능력은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1라운드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다만 V-리그에서 승패와 직결되는 ‘해결사’의 존재가 현대캐피탈의 아쉬움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현재 상위권에는 2단 연결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가 있는 팀들이 포진해 있다. 우리는 그 부분에서 어려운 경기를 하고 있다. 시즌이 막판이 될수록 외국인 선수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독 데뷔 시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성적을 거둔 최태웅 감독은 프로 스포츠계에 널리 알려진 ‘2년차 징크스’를 일찌감치 대비했다. 수비적인 외국인 선수의 발탁과 기존 센터 자원의 ‘날개 공격수 변신’ 카드를 꺼낸 것도 ‘2년차 징크스’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최태웅 감독은 “2년차 징크스를 막기 위해 더 노력했다. 선수들에게도 미리 이 부분을 이야기했다”면서 “트라이아웃을 통해 모든 팀의 전력이 평준화되면서 시즌 초반에 패배를 경험했다. 하지만 이 부분을 문제 삼지 않는다. 선수들도 크게 개의치 않기 때문에 팀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정규리그 연승 행진은 끝났지만 2경기 만에 딛고 일어난 선수들의 정신력과 경기력에 분명한 믿음을 강조했다.(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톤의 활약, 리시브가 문제야

전력 평준화와 연승 마침표. 이 모든 결과는 최태웅 감독의 구상에 있던 내용이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의 계획에서 어긋나는 상황도 물론 있다. 예상하지 못한 톤의 부진이다. 시즌 초반 무난하게 적응하는 듯했던 톤의 리시브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하면서 1라운드 만에 최태웅 감독은 라이트 포지션에서 활용하던 문성민을 다시 레프트로 복귀시켜야 했다.

최태웅 감독은 “톤은 정교한 스피드 배구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의외로 리시브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는다. (원했던 수준의) 40%밖에 안 되는 것이 현 상황이다. 공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훈련을 더 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리시브가 안 된다고 해서) 리시브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하지 않는다. 다만 기록을 보여주며 톤에게 현 상황을 알려줬다. 본인도 리시브를 잘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리시브가 작년보다 안 되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비록 새롭게 시즌을 시작하며 구상했던 부분은 불가피하게 변화를 맞았지만 최태웅 감독은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다. “(문)성민이가 레프트로 가게 되면 라이트 포지션이 고민이지만 일단 성민이가 레프트로 이동하면 지금보다 더 돋보이는 활약을 할 수 있다”면서 “(노)재욱이도 허리 부상으로 훈련이 부족했는데 전보다 토스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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