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 챔피언스투어 '기아자동차 챔피언스 컵 테니스 2016'이 11~13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SK 핸드볼경기장 특설코트에서 펼쳐졌다. 챔피언스투어는 현역 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거나 4대 메이저 대회 우승, 혹은 결승 진출 경력이 있는 은퇴 선수들의 매치다.
올해는 존 매켄로(57 · 미국)와 피트 샘프러스(45 · 미국), 마라트 사핀(36 · 러시아), 패트 캐시(51 · 호주)가 나섰다. 매켄로는 1979년 US오픈 등 메이저만 7번 정상에 올랐고, 샘프러스는 1990년 US오픈 등 메이저 14번 우승의 전설이다. 사핀은 2000년 US오픈에서 샘프러스를 꺾고 우승했고, 캐시는 1987년 윔블던 우승자다.
특히 매켄로는 24년 만에 한국을 찾아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매켄로는 현역 시절 빼어난 기량뿐만 아니라 승부욕에 불타 판정에 대한 거친 항의로 '코트의 악동' 별명을 얻었다.
내일 모레 육순을 바라보는 매켄로지만 실력은 여전했다. 매켄로는 12일 예선에서 6살 어린 캐시를 완파한 데 이어 13일 결승에서도 무려 21살 연하의 사핀을 몰아붙였다. 전날 예선에서 샘프러스를 완파한 사핀은 매켄로에 2-0(7-5 7-5) 진땀승을 거뒀다.
매켄로는 회전이 큰 특유의 슬라이스 서브와 정교한 코너샷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상대적으로 느려진 발을 강력한 서브로 보완했다. 11일 사핀과 짝을 이룬 매켄로는 한국 테니스 전설 이형택(40)-유진선(54)과 이벤트 복식에서 게임스코어 8-3 승리를 거뒀다.
무엇보다 매켄로는 특유의 승부욕과 쇼맨십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캐시와 예선에서 매켄로는 판정에 항의하거라 경기 중 허리를 삐끗했다며 코트에 드러눕는 등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결승에서는 아쉬운 플레이를 자책하는 괴성을 내질렀다. 전설다운 승부욕이었다.
특히 샘프러스는 한국 유망주들에게 자신의 특기인 서브의 비법을 전수했다. 또 테니스 팬들을 대상으로 한 사인회 등 챔피언다운 세련된 매너를 선보여 '친절한 피트 씨'로 칭찬받았다.
사실 매켄로와 샘프러스, 캐시는 은퇴한 지 오래돼 30대 중반의 사핀에 체력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여전한 기량과 매너, 특히 팬 서비스 등에서 전설다운 품격과 여유를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