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넘어 폭발한 민심" 1% 기득권 향한 99%의 분노

이념을 떠나 국가 기본을 흔든 일에 모든 시민들 분노한 결과

지난 12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도심 촛불집회에 전국적으로 106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지난 2008년 70만명이 모인 광우병 촛불집회를 훌쩍 뛰어넘어 6월항쟁 이후 사상 최대규모다.

전문가들은 이번 촛불집회는 이념과 정치성향을 떠나 국가의 기본을 무너뜨린데 모든 시민이 분노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 전문가들 "국가 기본 흔든 일에 보수·진보를 떠나 모든 시민이 분노"

전문가들은 6월항쟁 이후 최대 규모인 106만명의 시민이 모인 것에 대해 '기본을 무너뜨린 기득권에 대해 모든 시민이 분노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 다른 집회의 경우 찬성과 반대, 혹은 보수와 진보 등이 나뉘었지만 이번 사안은 기존과 너무 달랐다"며 "국가의 기본적 사항을 무너뜨린 것에 대해 모든 시민이 분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장 교수는 "청와대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국회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사상 최대규모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 교수는 "6월항쟁은 학생과 넥타이부대가 주류였다면 이번 집회는 남녀노소 불문한 모든 시민의 집회였다"며 "1% 기득세력에 대한 나머지 99% 시민의 분노 결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번 집회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뿐만 아니라 그동안 깔려있던 재벌, 정치권력에 대한 분노 등 구조적 문제가 함께 폭발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집회는 이념성향과는 무관한 집회"라며 "박근혜 정부가 국가의 시스템을 망가뜨릴 뻔한 것에 대한 분노"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 교수는 "배신감을 느낀 국민들이 이대로는 국가가 운영될 수 없다는 하나의 공감대를 갖고 나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분노한 시민들의 집회, 하지만 질서와 높은 시민의식 보여준 시민들"

이날 집회는 이례적으로 광화문 광장을 넘어 경복궁역까지 시민들의 행진이 허용됐다.

법원은 집회에 앞서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신고한 총 5개의 청와대 행진경로에 대해 시민들의 행진을 허용하라며 경찰의 집회 금지통고를 정지시켰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시민들이 세종로사거리에서 경찰차벽에 의해 가로막힌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홍완식 건국대 법률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집회 이전에 있었던 약 2주간의 집회에서 시민들이 성숙한 시민의식과 평화적 집회참여를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홍 교수는 "집회는 신고요건만 갖추면 허용돼야하지만 그동안 그렇지 않았다"며 "보수적인 법원조차 국민적 여론이나 정치적 상황, 시민들의 의식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집회에 직접 참여한 신율 교수 역시 "사상 최대규모의 시민이 모였지만 이 속에서 나름대로의 질서가 존재한다"며 "기존 집회들과 달리 상당히 높게 평가해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서 경복궁역 삼거리까지 나아간 시민들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가자 청와대로", "경찰은 비켜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민발언을 이어가는 등 별다른 충돌 없이 공식집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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