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명 퇴진 촉구' 함성들은 박 대통령…수습책은?

'하야' 대신 탈당 등 '찔끔 후퇴'로 국정 장악력 유지 노릴 듯

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뒤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격분한 100만 촛불시민들의 '퇴진 촉구 함성'을 턱밑에서 들어야 했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서 퇴진 압력을 달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지에 이목이 쏠려 있다.

청와대는 한광옥 비서실장 이하 전체 수석비서관들이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한 채, 당혹감 속에서 수습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촛불집회 당일도 한 실장 중심으로 대책회의를 이어가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촛불시민들의 청와대 인근 행진이 허용되면서, 대통령 관저로부터 1km대 거리까지 '대통령 하야' 구호를 외치는 시민들이 접근했다. 박 대통령은 시민들의 생생한 육성을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당혹감은 하야 민심이 100만명까지 확산된 점은 물론, 그동안 박 대통령의 수습 노력이 아무 효험을 보이지 않았다는 데에서 나온다. 두차례 대국민 사과, 청와대 측근 경질, 야당 출신 국무총리후보 내정, 다시 총리 추천권 국회 이양 등의 조치가 그동안 이뤄졌다.

주초 청와대는 "이번 한 주는 굉장히 중요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한 주가 될 것"이라고 절박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결과적으로 불신임당했다.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악재도 청와대의 당혹감을 키운다. 13일 당장 여당 비박계가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박 대통령의 2선후퇴를 압박할 예정이다. 여당 비박계 의원들은 촛불집회에도 참석하는 등 청와대·친박계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아울러 오는 17일쯤에는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도 받을 것으로 예고돼 있다. 서면조사 대신 헌정사상 유례없는 검사의 직접 대면조사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심의 향배를 확인한 데다, 앞선 '우병우 황제조사'로 비난에 시달린 검찰이 '원칙대로' 강공을 펼 소지가 있어서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청와대는 촛불집회에 대해 "국민의 준엄한 뜻을 아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이제 그 무거운 민심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후속조치로 내놔야 하는 처지다.

촛불민심은 '대통령의 하야'지만 그동안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행보를 볼 때 100% 수용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청와대는 줄기차게 위헌론을 거론하면서 '2선 후퇴' 요구를 묵살해왔다. 대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신속한 통화, 카자흐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실시 등 외교행보를 강화하면서 국정주도권 유지에 애써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탈당이나, 3차 대국민 사과 등 제한적 수준의 '일보후퇴'를 거듭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의 한 인사는 "청와대 측근 경질, 야권 총리 발탁, 검찰 수사 수용, 총리추천권 국회 이양 등 박 대통령은 일관되게 '찔끔 후퇴'만 해왔다. 국정에서 완전히 손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라며 "다음 카드는 탈당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