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1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캐나다와 평가전에서 이른 시간에 터진 김보경(전북)과 이정협(울산)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앞두고 치러진 이 경기는 단순히 평가전이라는 의미에 맞춘 경기였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에 캐나다와 평가전은 지난달 이란 원정에서 당한 패배의 아쉬움을 씻기 위한 목적이었다.
더욱이 상대는 주축 선수가 대거 제외된 상태. 세계랭킹 110위의 팀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경기력을 기대하는 것부터 부족했다. 역대전적에서 1승1무2패로 열세라는 점이 캐나다가 제시할 수 있는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한국 역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선발한 25명의 선수 가운데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스완지 시티),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등이 부상으로 나설 수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출전기회가 없던 선수들을 고루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래서였을까. 슈틸리케 감독은 2-0 승리에 매우 만족해하는 모습이다. 분명 승리는 의미 있는 결과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했던 좌우 측면을 활용한 공격에서 두 골이 터졌고, 소극적이었던 측면 수비수의 공격 가담도 눈에 띄게 활발했다.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은 이례적으로 ‘완벽’이라는 표현으로 캐나다전 승리의 기쁨을 표했다. 자신의 지시를 고스란히 그라운드에서 경기력으로 선보인 선수들을 향한 최상의 칭찬이었다.
물론 캐나다전의 승리는 박수받아야 마땅할 결과다. 하지만 취할 필요는 없다. 적당히 즐기는 선에서 캐나다를 꺾은 기쁨은 잊어야 한다. 우려되는 부분은 너무나 오랜만에 맛본 시원한 승리의 기쁨에 도취해 자칫 우즈베키스탄과 중요한 경기에서 평정심을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슈틸리케 감독의 설명대로 전반은 상대를 압도했지만 체력이 다소 떨어지는 후반 들어 상대의 공격에 위기 상황을 허용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이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슈틸리케 감독은 다소 언짢은 듯 “브라질이나 바르셀로나 같은 팀도 경기 중 실수를 한다”며 “모두가 완벽한 경기를 한다면 모든 축구 경기는 0-0으로 끝나야 한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상대의 수준과 선수 구성은 뒤로하고, 한국 축구는 캐나다를 상대로 분명 자신감을 얻을 만한 승리를 거뒀다. 이제 남은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5차전에도 더 나은 선수 구성으로 임할 수 있는 만큼 캐나다전의 승리 기쁨을 다시 한 번 얻는 결과가 중요하다. ‘슈틸리케호’가 필요했던 승리는 캐나다전이 아닌 우즈베키스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