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소환 포스코 회장 "조사 성실히" 답변만

'미르·K재단 출연금 대통령 지시', '차은택 관계' 의혹에도 묵묵부답

11일 검찰에 출석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이한형 기자)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권오준(66) 포스코 회장이 11일 대기업 총수로는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권 회장은 최순실게이트 관련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해명은 없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날 오후 7시 권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포레카 매각이 차은택씨에게 넘기기 위함이 아니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권 회장은 "진실되게 답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차 씨와는 어떤 관계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권회장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을 내는 과정에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나', '출연금을 내게 된 경위는 무엇이냐'는 등 쏟아지는 질문에도 권 회장은 같은 답만 되풀이했다.

현재 권 회장은 차씨 측이 주도한 '옛 포스코 계열 광고사 지분 강탈 시도' 의혹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 그 이유를 두고 비선 권력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와 사정당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권 회장 부부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에 있던 대구대 교수인 권 회장 부인 박충선 교수는 박 대통령과 서강대 2년 선후배 사이다.

박 교수는 2003~2005년 경북여성정책개발원장 재임 당시 도의 여성 정책에 관여했고, 박 대통령의 여성 정책을 자문하면서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권 회장 부부가 박 대통령을 비롯해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측근들과 교류가 있었고, 최순실(60)씨의 존재까지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검찰은 권 회장을 상대로 옛 포스코 계열 광고사 매각 결정이 최 씨 최측근인 차은택(47)씨에게 이권을 챙겨주려는 목적이 아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또 이 과정에서 최씨나 차씨, 청와대 쪽이 부당한 영향력이나 외압을 행사했는지도 조사한다.

앞서, 권 회장은 2014년 3월 옛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 매각을 결정했다.

이후 차씨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업체를 인수한 중소기업에게 지분의 80%를 넘기라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씨의 지인 송성각(58) 전 콘텐츠진흥원장은 "세무조사를 하고, 묻어버린다"고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차씨는 이같은 혐의 등으로 전날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송 전 원장은 같은 혐의 등을 받아 이미 구속됐다.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역시 광고사 지분 강탈 시도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권 회장은 일단 참고인으로 출석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매각 과정의 불법 행위나 묵인 정황 등이 드러나면 피의자로 바뀔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권 회장에게 미르재단 출연금을 낸 경위와 대가성 여부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관계자는 "필요하다면 대기업 총수들도 불러 조사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 총수들에 대한 줄소환을 예고한 바 있다.

권 회장 소환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냈거나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정황이 포착된 재벌 총수들에 대한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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