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졸업생 연대 '탈선'은 11일 서울약사신협 회의장에서 졸업생, 문인, 출판사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배용제 시인의 성폭력을 폭로한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탈선'은 고양예고 문창과 문학강사로 재직(2008~2013)했던 배용제의 성폭행을 처음 알린 트위터 사용자 '고발자5'를 비롯한 피해자들을 지지하기 위해 이 학교 같은 과 졸업생 106명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려졌다.
앞서 지난달 22일 '고발자5'는 고양예고 재학 당시 배용제 시인과 처음 만났다고 밝히며 그의 성폭행을 폭로했다. 이후 '고발자5'는 같은 학교에 재직했던 소설가 조헌용의 성폭력을 폭로한 '생존자C', 배용제의 금품 갈취를 알린 'HateB' 등의 계정과 연대했다. 이를 통해 배용제가 일상적으로 행해 온 성희롱과 성추행, 몰래카메라 촬영,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금품 갈취 등이 추가로 폭로됐다.
이후 시인 배용제는 피해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개인 블로그에 사과문을 게시하는 등의 행동을 취했다. 그러나 현재에는 '명예 훼손 및 허위 사실 유포'로 언론사를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고 있다. 소설가 조헌용은 아직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탈선'은 이날 성명에서 '고발자5'의 폭로로 드러난 성범죄에 대해 "비단 낮은 윤리의식을 가진 개인에게서만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남성우월주의와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성 문인이자 스승이라는 위계 권력 △피해 호소와 2차 피해에 대한 보호 장치가 없는 학교 △'문학'과 '예술'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저지른 일이라는 것이다.
이어 "학생들이 제자, 습작생, 여성으로서 고발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와 가해 지목인의 긴 재직 기간을 고려하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피해자가 존재하며 그 피해를 특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가해 지목인에 대한 법적 처벌 역시 고발자와 피해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정하는 데 뜻을 모으고, 가해 지목인을 규탄하는 것은 물론, 악행을 초래하고 묵과한 사회에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탈선'의 오빛나리 대표는 "고발자와 피해자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것이 '탈선'의 가장 큰 목적"이라며 "이번 지지 성명을 시작으로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를 더 힘껏 내려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