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켄로는 11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챔피언스투어 '기아자동차 챔피언스 컵 테니스 2016' 미디어데이에 테니스 전설들과 함께 나섰다. '황제' 피트 샘프러스(45 · 미국)와 마라트 사핀(36 · 러시아), 패트 캐시(51 · 호주)다.
ATP 챔피언스 투어는 현역 시절 세계 랭킹 1위나 메이저 대회 단식 우승과 결승 진출 등의 경력이 있는 선수가 나서는 대회다. 마이클 창(43 · 미국)과 고란 이바니세비치(44 · 크로아티아), 사핀 등이 참가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한국 대회다.
올해는 더욱 화려한 경력의 선수들이 참가한다. 매켄로는 1979년 US오픈을 시작으로 메이저 대회 7번 정상에 오른 전설. 샘프러스는 1990년 US오픈 등 메이저 단식만 14번 우승했다. 사핀은 2000년 US오픈에서 샘프러스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캐시는 1987년 윔블던 우승자다.
국내 팬들을 설레게 할 만한 선수들이다. 매켄로는 무려 24년 만에 한국 팬들 앞에 선다. 1992년 매켄로는 앤드리 애거시(46 · 미국)와 시범 경기를 펼친 바 있다. 샘프러스는 2007년 로저 페더러(35 · 스위스)와 이벤트 경기를 펼친 이후 9년 만이다. 캐시는 1990년 국내에서 열린 ATP 투어 KAL컵에서 우승했다.
고령이지만 승부욕은 여전하다. 매켄로는 "57살인데 경기를 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아주 좋은 질문"이라면서 "매일 운동하고 컨디션도 좋은데 상태를 보고 기도하면서 경기를 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20 · 126위 · 삼성증권 후원)에 대한 칭찬도 했다. 매켄로는 정현에 대해 "서브가 좋고,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선수"라면서 "파트 타임이라면 코치를 하고 싶은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매켄로는 이벤트 경기에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사핀과 짝을 이뤄 한국 테니스의 전설 이형택(40)-유진선(54)과 복식 경기를 펼쳤다. 매켄로는 상대 공격에 발이 따라가지 않는 등 세월의 무상함도 느끼게 했다.
그러나 날카로운 서브로 잇따라 에이스를 따내는 등 매켄로는 전설의 품격을 확인했다. 한 손으로 소화하는 백핸드까지 건재를 과시했다. 매켄로-사핀은 이형택-유진선을 8-3으로 눌렀다.
서브가 일품이었던 샘프라스는 한국 유망주에 대해 "볼 토스가 중요하다"면서 "이게 일관되지 않으면 서브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타이밍도 중요하다"고 강조한 샘프러스는 이번 대회 기간 한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원 포인트 레슨을 진행한다.
이번 대회에서 매켄로는 12일 캐시와 경기를 치러 결승행을 다툰다. 샘프라스도 사핀과 맞붙는다. 승자는 13일 결승전을, 패자는 3-4위 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