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문제의 기관사는 대체인력 가운데 대통령이 타는 열차를 맡는 '특동기관사'임에도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10일 밤 11시 15분쯤 대구변전소의 절연차단장치에 이상이 발생해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전차선에 전기 공급이 끊기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부산발 서울행 KTX 184호 열차가 밤 11시 33분쯤 대구 서구화룡1터널 한복판에서 멈춰섰고, 열차 내 긴급 발전기도 작동하지 않아 승객들은 55분 동안 열차에 갇혀있어야 했다.
이 외에도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동에서 대구 수성구 고모역 구간의 KTX와 무궁화 등열차 8대의 운행이 지연됐다.
사고 직후 코레일은 "전차선 단전 때문에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전기공급 시스템 문제로, 파업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코레일과 철도노조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가 일어난 원인은 서울발 부산행 KTX 175호 열차를 맡은 대체인력 기관사가 절연구간에서도 '노치오프'를 하지 않으면서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노치오프(Notch-Off)'란, 전기가 통하지 않는 구간인 절연구간에서는 열차 전기공급을 차단한 뒤 달리던 힘을 이용해 통과하는 조치를 말한다.
하지만 175호 열차 기관사는 노치오프를 하지 않은 채 문제의 구간을 통과해 변전소 차단기가 작동했고, 관제실이 무리하게 수차례 전력을 재투입하다 과전류로 개폐기가 소손되면서 전차선 단전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모든 전차선이 연결되면 단전 사고가 일어날 경우 전체 차선이 일시에 단전되기 때문에 중간 중간 절연구간을 둔다"며 "숙련된 기관사들은 절연구간을 암기해 제 때 노치오프 조치를 취하지만, 이번에는 현장 감각이 부족해 노치오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기관사는 철도파업으로 투입된 내부대체인력으로, 대통령이 열차를 이용할 경우 운전을 맡는 '특동기관사'다.
대체인력 가운데서도 그나마 정예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특동기관사조차 갑작스레 현장에 투입돼 실전 감각 부족으로 사고를 일으킬만큼 대체인력 관리가 부실하다는 것이 노조의 지적이다.
그동안 코레일은 철도 파업 중에도 흑자 노선인 KTX는 평소와 같이 100% 운행해왔고, 지난 2일 (주)SR에서 파견나온 KTX 기장 50명이 복귀한 뒤에도 대체인력을 투입해 정상운행을 강행해왔다.
이에 대해 노조는 "SR 대체인력이 빠져나간 자리에 운전 경험이 부족한 본사, 본부 스탭을 투입했다"며 "모두 KTX-산천 운전 경험이 없는데도, 사규를 어기고 3일만 교육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한편 코레일 관계자는 "이번에 고장난 기기의 제조업체 등과 함께 사고 원인을 정밀 진단 중"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