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지도가 한 자리수라면 사실상 국민의 마음 속에서 탄핵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권위를 인정받는 국가수반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논어(論語)의 안연편(顔淵篇)에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는 뜻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이게 나라냐!'는 국민적 탄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11일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고작 5%로 2주 연속 역대 최저치를 이어갔다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박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지역에서조차 한 자리수인 9%로 떨어졌고, 전국 29세 이하 연령층에서는 지지율이 0%였다.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전주보다 1% 포인트 더 오른 90%를 기록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운 것이다.
새누리당의 지지도 역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낮은 17%로 내려 앉았다. 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날개 잃은 동반 추락이다.
주최측 추산 최대 100만명이 참여하는 3차 촛불집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 왔는데 도대체 박 대통령과 주변의 대통령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혹시나 트럼프의 당선을 견인한 '샤이 트럼프(Shy Trump·숨어있는 트럼프 지지자)'처럼 '샤이 박근혜'를 내심 바라고 있다면 한심한 착각이다.
대통령 지지도 5%는 단단하고 촘촘했던 지지층이 부스러기 조각이 됐음을 의미한다.
정치인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콘크리트의 견고성(堅固性)과 찰흙의 점성(粘性)이 사라지면서 복원 불가능의 상태가 됐음을 뜻하는 것이다.
배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평형수', 기구(氣球)나 비행선의 부력(浮力)을 조정하는 모래주머니와 같은 '바닥짐'이 모두 새어 나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복원을 가능케 하는 평형수와 바닥짐은 바로 국민의 믿음인데, 지금 국민의 믿음은 사실상 제로(0)인 상황이다.
'믿으면 설명이 불필요하고 믿지 않으면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즉, 대통령이 앞으로도 수 차례 더 해명이나 사과를 한다 해도 국민이 믿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이날 저녁 박 대통령은 하야(下野)하라는 국민의 외침을 귀로 들으며 눈으로는 취임 선서문을 조용히 읽어 보길 권한다.
본인 스스로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한 것처럼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를 말이다.
대통령 취임 선서문에 답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