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일가가 자주 다녔던 병원들이 각종 특혜의혹에 휩싸이면서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 강남 'K의원'을 둘러싼 특혜 의혹과 최순실 그림자
지난 6월 2일 프랑스 파리 아코르호텔 아레나에서는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K팝 등 한류 문화를 기업 제품과 연계해 선보이는‘KCON 2016 프랑스’가 열렸다.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민호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화장품 브랜드 ‘존제이콥스’의 부스를 방문했다.
민호는 “대통령님이 이렇게 피부가 좋으신 이유가 한국 화장품을 쓰셔서 그런 게 아닐까요”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한국 화장품이 기술도 뛰어나고 좋은데 알려지지 못해 안타깝다”며 존제이콥스를 치켜세웠다.
뮤지컬 관람과 체조·VR기기 시연회 등 최순실씨와 차은택 씨 관련 행사에 박 대통령이 자주 참석해 힘을 실어주던 것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존제이콥스 화장품은 올해 2월 ‘대통령 설 선물’로도 선정됐고 최근에는 서울 시내 유명 면세점에도 입점했다.
존제이콥스는 최순실(60) 모녀가 자주 찾았던 서울 강남구 K의원 김(56)모 원장의 처남이 대표를 맡고 있다.
최순실 씨는 2013년부터 피부관리와 미용시술을 위해 김 원장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K의원이 위치한 빌딩에는 존제이콥스와 함께 김 원장 부인이 운영하는 의료기기 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칼’도 입주해 있다.
김 원장 가족회사인 이들 업체는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도 여러 차례 참석했다.
지난해 4월 중남미 순방과 같은 해 9월 중국 순방, 올해 5~6월 아프리카 3개국와 프랑스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아프리카와 프랑스 순방에는 와이제이콥스메디칼과 존제이콥스가 나란히 참석하기도 했다.
개인병원 원장의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의료기기·화장품 업체에 대한 이례적인 특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의 해외진출을 도왔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특히 김 원장은 지난해 7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성형외과 외래교수로 위촉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데다 이 병원에는 성형외과도 없다.
이 때문에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 병원장이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위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원장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의원 문을 닫고 자취를 감춘 상태다.
김 원장 측은 “3~4년 동안 수십억을 투자해서 특허까지 받은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이라면서 “대통령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것은 특혜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대 외래교수 건도 최순실 개입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세월호 7시간’ 관련 의혹도 우리로서는 황당하고 억울할 뿐”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일가가 ‘K의원’뿐 아니라 차병원 계열의 ‘차움병원’ 단골 고객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 대통령도 취임 이전에는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JTBC는 이 병원 내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 처방해 가져갔다”고 보도해 주목된다.
차움병원은 안티에이징(노화방지) 분야가 유명한 회원제 병원이며 입회비는 1억 5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움병원이 있는 서울 청담동 피엔폴루스 오피스텔에는 한때 최순실 씨도 거주했었다고 한다.
차움병원 측은 “최순실 씨가 이 건물에 살기 때문에 병원을 여러 차례 찾았다”고 밝혔다.하지만, “박 대통령과 관련된 사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차병원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각종 지원도 눈에 띈다. 차병원 역시 지난해와 올해 박 대통령의 중국과 이란 방문 때 경제사절단에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올 1월에는 이 병원 바이오연구소에서 이례적으로 ‘대통령 업무보고’를 받았다.
분당차병원은 4월에는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 육성사업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192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게 됐다.
차움병원 줄기세포연구팀도 7월에 황우석 박사가 실패한 후 정부가 엄격히 규제했던 ‘체세포 복제배아연구’에 관한 조건부 승인을 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