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에 전염병처럼 퍼진 '순실증'…치료법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곽금주(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여러분, 우울증 말고요. ‘순실증’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지금 온 국민이 집단 순실증을 앓고 있다, 이런 얘기가 나옵니다. 아마 저도 그렇고 여러분도 그렇고 정도는 다 달라도 이 순실증의 초기, 중기, 말기 어디쯤에는 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우리 스스로를 좀 진단해보는 시간, 치료해보는 시간 갖겠습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 연결을 해보죠. 곽 교수님, 안녕하세요?

◆ 곽금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교수님도 순실증 앓고 계세요?

◆ 곽금주> 네. 다 앓고 있는 거 아닙니까? (웃음)

◇ 김현정> 초기, 중기, 말기 어디쯤이십니까?

◆ 곽금주> 저는 그래도 치유가 좀 빠른 것 같습니다. 이제 말기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 김현정> 그러니까 순실증이라는 게 최순실 사태 때문에 우리가 겪고 있는 이런 심리적인 현상 이런 걸 말하는 거죠? 구체적으로 어떤 거예요?

◆ 곽금주> 저는 이걸 우리 사회가 분노사회라고 하지 않았어요, 최근에. 그래서 이제 분노, 그중에서 이번은 ‘절망적 분노’를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다라는 겁니다. 이 분노라는 건 원래 에너지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긍정적인 분노도 있고요. 부정적인 분노도 있는데 긍정적인 분노는 ‘나 억울하니까 내가 정말 잘 될래. 뭔가 해 볼래.’ 하는 성취, 지향적인 거고요. 부정적인 분노는 ‘너 나한테 이럴 거야?’ 그래서 내가 뭔가 공격을 가하는. 그러니까, 누구에게인가 폭력이라든지 공격을 가하는 것도 에너지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우울에 가까운 무기력감. 그러니까 절망. 아무것도 이건 이제 끝났다, 이제는 어떻게 다시 돌아올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야말로 청년들이 흙수저, 헬조선, 이렇게 자조적이고 절망적이었거든요. 그러한 정말 헬조선과 같은 자조적이고 절망적인 분노가 우리 사회에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 김현정> 저는 그 진단 듣는데 소름이 쫙 끼치네요. 긍정적인 분노는 ‘너 나 무시했어? 야, 내가 보란듯이 잘해볼 거야.’ 이런 식으로 되는 거라면 지금은... ‘나 여태까지 법 잘 지키고 내라는 세금 다 내고 했는데 그 세금이 저 사람들한테 들어간 거야?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거야, 내가 이제.’ 이런 분노네요, 무기력함?

◆ 곽금주> 네. 그래서 이제 우울증과 가까운 무기력감, 이런 거라고 할 수 있겠죠.


◇ 김현정> 청취자 0024님이 ‘요즘 그렇지 않아도 법을 지키고 있는 제가 종종 한심해 보입니다.’ 이런 문자 주셨거든요. 바로 이런 게 순실증인 거죠?

◆ 곽금주>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지금 우리 사회의 현상의 어떤 부분들을 보면서 그런 진단이 가능하세요?

◆ 곽금주> 일단은 지금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촛불시위를 하고, 심지어는 굴착기를 몰고 들어가고 이러한 것들도 보이지만요. 사실은 그냥 침묵하고 있는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거든요. 그런데 다들 이런 얘기들이에요. 뭔가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이렇게 해서 다시 우리가 일어설 수 있을까, 어떻게까지 이렇게 됐나 하고 한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노인 분들도 내가 촛불집회는 못 나가는데 내 평생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봐. 이거 어떻게 수습해야 돼, 이런 이야기들 다 하시는 거잖아요. 그럼 이게 이렇게 계속 지속될 경우에는 전문가 입장에서 제일 우려스러운 건 뭡니까?

◆ 곽금주> 이게 계속되면 절망감이라든지 좌절감이라든지 이것도 계속 연습이 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학습이 되어서 이제는 쉽게 쉽게 다 포기해버리고요. 쉽게, ‘그렇게 알았어. 우리가 뭘 한다고...’ 이렇게 되어버리면 우리 사회가 이제는 굉장한 무기력감으로 휩쓸리는 그러한 사회가 되는 거죠.

◇ 김현정> 순간 무기력감을 느끼더라도 거기에서 빨리 탈출을 해야 되는데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무기력 사회로 장기화가 되는 거군요?

◆ 곽금주> 뭐든지 ‘그럴 줄 알았어. 노력, 노오력 해 봐도 안 돼.’ 이러한 자조적인 사회가 돼버리는 거죠.

◇ 김현정> 그게 사실은 젊은층에서는 이미 나타났었거든요, 헬조선이다 해서. 그게 이제 전 세대로 확대돼가고 있는 게 걱정스러운 거예요. 참... 힘들고 아프면 치유를 받아야 되는데 그렇다고 온 국민이 정신과 가서 지금 개인 상담 받을 수도 없고 어떻게 참고 견뎌야 되는 겁니까? 어떻게 해야 되는 겁니까?

◆ 곽금주> 일단은 장기화되지 않도록 해야 되고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수사가 빨리 되고 빨리 투명하게 밝혀지고 사람들은 이게 분명하지 않으면 자기 상상을 자꾸 하게 되거든요.

◇ 김현정> 상상하게 돼죠. 음모론이 자꾸 피어나잖아요, 지금 이미.

◆ 곽금주> 왜냐하면 우리 인간이 굉장히 과학적인 그러한 동물이에요. 그래서 무슨 사건이 터지면 ‘이유가 뭐지? 원인이 뭐지?’ 자꾸 원인을 찾게 되는데 이 원인이 빨리빨리 안 나오게 되면 그 원인이 소문 같은 데서 다 사라지게 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빨리빨리 아주 투명하게 다 이제는 밝혀지는 것, 더 이상 이제 국민이 바보들이 아니거든요. 그러한 게 빨리 진행되어야 되는 게 한 가지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계속 무기력하게 있을 수는 없거든요.

◇ 김현정> 그럼요. 그럼요.

◆ 곽금주> 우리가 이 압축성장을 해오면서 그런 경제적인 재건을 해 왔잖아요. 이제는 우리 사회의 어떤 심리적인 그러한 성숙을 재건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언젠가부터 사라진 ‘신뢰, 윤리, 책임’이라든지 ‘공정, 존경’ 이러한 것들을 우리 스스로가 이제는 만들어가는 것, 그 재건을 이제 해나가는 시점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누구 탓하지 않고 하는 것. 서로 비난하고 하게 되면 이 비난이라는 것도 전염병처럼 퍼지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내 자리에 와서 우리 스스로 개개인이 좀 더 ‘신뢰’를 가져가는 것, 책임을 가져가는 그러한 마음의 재건을 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김현정> 제가 아까 오프닝에서 헤드라이트를 우리가 켜야 된다, 이 안갯속 헤치고 가려면. 그 얘기를 드렸는데 지금 똑같은 말씀이시네요. 우리 하나하나가 헤드라이트 켜고 안개정국을 헤쳐나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말씀이세요.

◆ 곽금주> 이러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고요. 이러한 일이 있을 때 도리어 더 성장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다시 한 번 성장해보는 우리 개개인이 되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 김현정> 순실증, 이거 긍정적인 분노로 한번 전환시켜보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곽금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곽금주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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