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깍쟁이' 아닌 '술주정뱅이' 택한 이유

- 트럼프 숨은 표 쏟아져 나온 것
- 일반 하층 백인들 욕구 대변한 것
- 미국인들, '거짓말'보다 '막말'선택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동석(미국 시민참여센터 상임이사)

어제 미국 연결했을 때 임미현 특파원이 그랬죠. 숨은 표, 트럼프에게는 숨은 표가 있다, 그게 막판 변수다. 정말로 그게 변수였습니다. 지금 미국 시각이 오후 5시 35분, 설마가 사실이 된 뒤에 맞은 첫날인데요. 지금 미국 분위기 어떤지 살펴보고 가죠. 미국 시민참여센터 김동석 상임이사 연결돼 있습니다. 김동석 이사님 안녕하세요?

◆ 김동석> 안녕하세요.

◇ 김현정> 당선이 확정된 지 14시간 정도 지났는데 지금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김동석> 아직 일반 분위기가 좀 당황해하고, 그야말로 당혹해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일반적인 사회에서 큰 일, 대통령 선거 때에 누구도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이렇게 생각했던 게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트럼프가 보여준 그런 모습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충격적으로, 앞으로 대통령으로서 어떻게 할 건가 이런 생각들, 이런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 김현정> 지난번에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때를 보면 본인이 탈퇴하자라고 투표를 해놓은 사람들도, 막상 탈퇴로 결론나니까 혼란스러워하면서 내가 왜 이렇게 투표했는지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는데요. 지금 미국 분위기도 그런 게 비슷하게 나타나요?

◆ 김동석> 브렉시트 때 하고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이번 도널드 트럼프의 개표 결과를 분석해보면, 분명히 트럼프캠프가 힐러리를 이기기 위한, 특히 일반 시민 사회 늘 나와서 정치를 주도했던 이런 세력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이런 전략을 가야 되겠다라고 하면서 일반의 이 주류 매체, 미디어, 가십권의 어떤 시민들, 어떤 유권자들을 세력을 만들어서 이긴 것이기 때문에요. 분명히 트럼프가 해대는 이야기나, 트럼프가 갖고 있는 아젠다 같은 것들에 주목해서 새로 신규 유권자 등록을 해서 투표에 나온 이런 것들이, 이런 투표 표심들이 그 트럼프를 만들었기 때문에 아마 지금까지는 그런 현상은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말씀하신 그게 바로 숨은 표, 투표에도 별로 관심 없었고 정치에도 염증 느끼던 그 사람들이 선거 현장으로 나와서 찍어준 거예요, 숨은 표. 그들이 만든 대통령 트럼프. 그럼 도대체 트럼프의 어떤 점이 그 숨어 있는 표들을 현장까지 끌어냈을까요? 이유가 뭡니까?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김동석>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트럼프가 후보가 돼서 힘을 막 받아갈 때부터 신기해서 트럼프만 쫓아다니면서 선거를 봐왔는데요.

◇ 김현정> 신기해서요?

◆ 김동석> 네. 그런 걸 가지고 나와서 이야기를 하면, 이게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이번 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는 현장을 보지 않으면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트럼프가 현실이다, 준비하자라는 얘기만 했는데도 트럼프 지지자라고 오해를 받고, 그리고 아시겠지만, 누구든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지지하지만 얘기를 잘 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공화당을 초토화시키면서 트럼프가 공화당 권력을 잡은 것은, 이제까지 투표에 나오지 않았던 미국에 숨어 있던 백인, 저소득, 저학력층, 시골의 백인 50대 이후의 사람들은, 1000만 명을 새로 유권자로 등록시켜서 투표를 시킨, 그 투표자들이 나왔기 때문에 개표하기 전에 투표율이 올라갔던 것이 밝혀졌습니다. 투표율이 오르면 힐러리한테 유리하다 했는데 투표율이 올랐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고 트럼프를 보고 나온 신규 유권자들이 알고 보니까 결집된 트럼프세력이었다, 이게 나타난 거죠.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지금 말씀하신 숨어 있는 표, 백인 저소득층 그들을 어떻게 자극했느냐, 지금 분석 나오는 걸 보니까 기성정치에 대한 염증, 강한 미국에 대한 동경, 결국 먹고사는 문제 이런 것에 이들이 자극 받은 것 아닌가 이런 결론이, 분석이 나오고 있는 거죠?

◆ 김동석> 그렇습니다. 트럼프가 공사에, 공개적으로 험한 말을 하고 욕을 하고 그리고 이렇게 유세를 한 거는, 그런 걸 통해서 자기 지지세력을 만드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 왔고, 현장에서 보면 그런 것에 열광을 하면서 동의해가지고, 구름같이 사람들이 트럼프를 따라서 나오는 것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분명히 기성정치권에 대한 분노한 것과 좌절된 사람들이거나 너무나 화가 나서, 그 조금만 건드려도 조용히 울고,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분명히 이거는 트럼프의 아주 고도의 전략,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고도의 전략. 전략적 접근.

◆ 김동석> 예. 러스트벨트가 개표할 때 보니 다 트럼프로 옮아갔는데, 보니까 그게 바로 말씀하신 그런 유권자들이 대거 몰려나왔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할 수 있죠.

◇ 김현정> 그렇죠. 러스트벨트라고 하면 제조업으로 지금 쇠락해 가는 그런 벨트들, 그런 지역들을 말씀하시는 건데요. 그런 지역들에서 숨어 있던 표들이 몰려나왔다. 그런데 저는 궁금한 게 기득권에 대한 염증이라면, 기득권에 대한 반발이라면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얼마나 기득권자입니까? 어마어마한 부동산 재벌 아니에요, 타고난 금수저고? 그런데 어떻게 트럼프는 제외가 됩니까?

◆ 김동석> 사실 이번 선거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결이라고 보면 이해가 안 됩니다. 그리고 트럼프와 힐러리의 대결이었다, 이거는 더더군다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인데요. 이번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는 그러니까 오바마 8년 동안의 기대했던 것에 대해서 나타나지 않은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고, 그리고 오바마가 대통령이 됐다는 것에 대해서 미국이 자기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던 (백인들이), 저는 이번에 트럼프를 쫓아다니면서 미국 시골에 이렇게 많은 백인들이 살고 있는지는 정말 몰랐어요.

그러니까 여기에 공감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내용을 가지고서 기존의 주류 기득권층들을 일반 하층 백인들이 트럼프를 통해서 욕지거리를 해대는 선거였다, 이렇게 논평을 하고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지금 대거 몰려나왔기 때문에요. 트럼프가 기득권이다 아니다 이런 것보다는요.

◇ 김현정> 그러니까 트럼프 자체도 굉장한 기득권이고 굉장한 금수저인데도 불구하고 그가 자신들의 대변인 역할을 해줬다는 것에 만족하는 거군요?

◆ 김동석> 미국의 240년 역사 중에서 이번 트럼프처럼 한 번도 퍼블릭 세터, 그러니까 공적인 일을 해 본 사람이 없었고. 심지어는 군대도 전혀 갔다온 적이 없는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인데요. 그러니까 이 트럼프는 사회의 지도층이었다는 모습보다는 지금 이 일반 계층 사람들과 호흡하고 그들의 언어 수준으로 얘기를 하고 같이 욕지거리를 하고 그래서 이렇게 동네에 믿을 수 없는 깍쟁이 아줌마하고 그리고 술주정뱅이, 누구를 택할 건가, 이들이. 이렇게 볼 때는 완전히 공감하는 데 있어서는 대거 유권자들과 잘 통했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둘 다 금수저인 건 마찬가지였어요. 힐러리도 그렇고 트럼프도 그렇고. 하지만 동네 깍쟁이 아줌마와 술주정뱅이 중에 누구를 택할 거냐고 하면 술 마시고 욕지거리를 시원하게 해 주는 사람을 지금 미국은 오히려 택했다 이 말씀이신데요. 저는 그러면 성추문, 여성비하발언, 이슬람 비하 발언, 이민자 비하 발언 이런 것들은 큰 영향을 결국 안 준 겁니까?

◆ 김동석> 사실 맨 처음에 트럼프가 나왔을 때부터 트럼프라는 사람에게서 공개되고 나왔던 문제들이었는데 이 트럼프가 공화당의 후보가 되면서 이러한 부분들이 트럼프의 지지율에는 이렇게 민감하게 (영향을) 주지를 못했고 그것이 2차 토론회 끝나면서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10월의 이변)가 안 된 게 밝혀졌습니다. 거기에 비해서 힐러리에 관해서는 FBI라든지, 스캔들이라든지 이메일만 나오기만 하면 정직성이라는 가장 민감한 문제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전략적인 캠프 전략에서 힐러리가 오히려 못 했던 부분이 절반이라고 전문가들이 보고 있는 거죠.

◇ 김현정> 막말이냐 거짓말이냐 어떤 게 더 나쁘냐 하면 미국인들은 막말보다 거짓말이 더 나쁘다. 차라리 거짓말보다 막말이 낫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 김동석> 그런 부분이 그렇게 먹혔다는 것. 그리고 지금 트럼프 지지, 결집된 지지 세력이 바로 그러한, 정서적으로 그러한 면에서 공감하는 백인, 무식한 백인, 마초맨들 생각하면은… 제가 그걸 직접 트럼프 유세를 다니면서 몇 번 경험을 했었기 때문에 아, 트럼프하는 사람이 이거였구나 이걸 아주 보고요. 또 그런데 지금부터, 트럼프가 이기고 난 다음의 모습을 볼 때는 전략적이었구나, 이런 사람인데 지금 이 미국 주류 TV 토크쇼에 단골 메뉴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짧게 하나만 더 여쭤볼게요. 트럼프가 내내 강조했던 게 우리가 다른 나라 방위비를 왜 이렇게 분담해줘야 되는 거야, 당신들이 100% 내면 안 되냐 이런 말을 계속해 왔는데요. 이른바 트럼프 블랙리스트, 방위비 블랙리스트에 우리가 있는 거죠?

◆ 김동석> 예. 분명히 트럼프 단골로 얘기를 해 올 때 일본, 한국, 중국 늘 들어갔었습니다. 거기에 이민문제로 멕시코까지. 블랙리스트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정도로, 한미 관계에 있어서 뭔가, 지금과는 다르게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예상하는 건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 김현정> 그렇죠. 지금 쭉 말씀하신 이른바 트럼프 블랙리스트에 우리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받을 나라가 우리나라기 때문에 그 점이 걱정이고 단단히 대비를 해야 한다는 거죠. 여기까지 보겠습니다. 김동석 이사님 고맙습니다.

◆ 김동석> 네, 안녕히 계십시오.

◇ 김현정> 미국 시민참여센터 김동석 상임이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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