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 조직위는 8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월드 프레스 브리핑'(WPB)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평창올림픽 취재에 나설 전 세계 언론사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담당관을 초청, 대회 준비 상황과 프레스 운영 계획을 전하는 설명회다.
이번 행사에는 150여 명의 외국 취재진이 참여해 평창올림픽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8일 개막 행사에 이어 9일에는 평창과 강릉 지역의 스키, 썰매, 빙상, 컬링, 아이스하키 등 각 종목 경기장을 돌아봤다. 집약적인 경기장 배치와 아름다운 풍광 등에 취재진은 호평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순조로운 행사 진행에도 조직위 관계자들의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았다. 대통령의 위세를 업고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씨의 영향력이 평창 조직위에도 미쳤다는 정황이 드러난 까닭이다.
▲"최순실 막으려다 조직위원장까지 물러났는데…"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최 씨 일가가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건설 수주에 나섰고, 임시 구조물 사업 입찰에도 뛰어들려 했다는 정황까지 알려졌다. 물론 실제 건설 계약을 따내거나 하진 않아 미수에 그친 상황이다.
그러나 조직위는 여전히 최순실 씨의 입김이 남아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혹의 시선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조양호 전 조직위원장이 최순실 일가의 이권 청탁을 받아들이지 않아 문화체육관광부의 압력에 경질된 정황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최순실 씨가 계획만 세웠지 조직위를 통해 실제로 이권을 챙긴 것은 없다"면서 "사실 이를 막으려다 조직위원장까지 물러났는데 왜 아직도 조직위가 비리의 온상처럼 비쳐지는지 답답하다"며 억울한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조직위도 국정 농단의 피해를 입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8일 조양호 전 위원장은 자신이 회장을 맡은 한진그룹에서 조직위로 파견된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격려하기도 했다. "최근 정국과 관련해 흔들리지 말고 평창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 끝까지 힘써달라"는 당부였다.
▲최순실 사태로 마케팅 비상…IOC도 걱정
무엇보다 가뜩이나 올림픽 붐 조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나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온 나라가 힘을 쏟아야 성공 개최를 이룰 판에 최순실 파문이 터져 기업 후원이 원활하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평창 조직위는 현재 83%까지 달성한 기업 후원 목표액(9400억 원)을 당초 올해까지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최 씨 일가 사업에 돈을 댄 기업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 공기업과 은행 등의 후원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까지 최순실 사태에 따른 평창 조직위의 마케팅 활동을 걱정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바흐 위원장이 스위스 로잔 국제올림픽휴전재단(IOTF) 회의에서 조직위 김재열 국제부위원장에게 한국의 상황을 물었다는 것이다. 국내는 물론 국제스포츠계에서까지 '최순실 사태'가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최 씨의 최측근 차은택 씨가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공연을 맡아 설계가 변경돼 사업비도 늘었다는 보도였다. 이에 조직위는 "설계 변경은 공연전문가로 구성된 감독단의 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며 예산도 당초 계획대로 589억 원에서 변경되지 않았다"고 자료를 냈다.
3수 끝에 강원도의 염원인 동계올림픽 개최를 이뤄낸 평창. 희대의 '최순실 파문'을 이겨내고 성공 개최를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