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는 버티고 장관 후보는 사표…희화화 된 국정

기습 개각에 집권당도 깜깜, 黃총리는 이임식 긴급 취소…실무선은 예상밖 안정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최순실 사태의 여파가 국정 전반에 확대되면서 곳곳에서 난맥상과 블랙코미디 같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는 지난 9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내정 1주일 만에 물러나는 박 후보자는 굿판 참석과 전생 체험 논란에 휩싸여왔다. 가뜩이나 ‘무속 정치’ 논란으로 정권이 위기에 몰린 판에 어떻게 이런 인사가 뽑혔나 하는 의구심이 확대되는 마당이었다.

반면 그를 추천했다는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김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지명 철회를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사실상의 지명 철회 아니냐는 질문에 “지명 철회라는 단어를 쓴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국회까지 찾아와서 총리 추천을 요청한 점을 강조하며 지명 철회가 맞다고 ‘유권해석’했다.

물론 이 같은 혼선 아닌 혼선은 박 대통령의 모호한 입장 표명에서 비롯된다. 박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찔끔’ 수습책을 연발함으로써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자료사진
김병준 후보자 등을 내정한 11.2 개각 때는 새누리당 지도부도 사전 연락을 받지 못할 만큼 뒤죽박죽하는 양상을 드러냈다.


때문에 황교안 총리는 당일 오후 이임식을 하기로 했다가 갑자기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총리실과 각 행정부처 입장에선 내각을 ‘통할’해야 할 총리가 누가 될지 감을 잡기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황 총리는 퇴임이 기정사실이고 김 후보자는 사실상 낙마 상태지만,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어서 단정적으로 예단하기는 어렵다.

앞서 지난달 말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을 교체했을 때는 상당수 후임자가 공석이어서 국회 예결산 심의가 지장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이 국내 현안에 대한 답변을 대신하는 웃지 못할 장면도 연출됐다.

기실 박 대통령 스스로가 외교행사를 비롯한 공식일정 확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 대통령은 오는 19~20일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 정상이 APEC에 불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박 대통령을 대신한 참석자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연내 개최가 목표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박 대통령이 참석할지 여부도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

또 박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전화통화 등 원활한 소통을 갖고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에도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

최근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즈가 박 대통령을 최순실씨가 조종하는 로봇으로 묘사한 만평을 싣는 등 박 대통령의 통치능력은 이미 국제사회의 입방아에까지 올라있기 때문이다.

다만 혼란스런 정국에도 불구하고 일선 부처의 실무선에선 의외로 큰 차질이나 혼선 없이 일처리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부에서 보기엔 혼란스러울지 모르겠지만 예산안 심의는 잘 진행되고 있다. 파행 없이 진행돼 (휴식시간이 없어서) 오히려 피곤할 정도”라며 “솔직히 우리도 의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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