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뒤덮는 포퓰리즘과 '위험한' 신고립주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생으로 추세 확산

대선 승리를 선언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사진=유튜브 캡처)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여론조사의 예측과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돼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저명한 정치학자들인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로널드 잉글하트 교수와 하바드 케네디 스쿨의 피파 노리스 교수가 지난 달 발표한 공동논문에서 '포퓰리스트'로 평가됐다.("트럼프, 브렉시트 그리고 포퓰리즘의 부상 : 경제적 빈곤층과 문화적 반발(Trump, Brexit, and the rise of Populism: Economic have-nots and cultural backlash)")

포퓰리즘, 즉 대중영합주의는 정책의 합리성이나 현실성, 가치 판단 등과는 관계없이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해 목적을 달성하는 정치행태로 규정된다.

포퓰리스트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 백인 유권자들의 좌절감과 분노를 직설적 화법으로 대변하는 최초의 후보로 예상외의 지지를 업고 대반전의 드라마를 써냈다.

이런 포퓰리즘의 득세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이미 유럽의 극우정당 약진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에서 확인된 세계적인 흐름이다. 유럽 극우정당들을 이끄는 프랑스의 장 마린 르펜 국민전선 전 총재, 오스트리아의 노르베르트 호퍼 자유당 대통령 후보, 영국의 나이젤 패라지 영국 독립당 전 당수, 네덜란드의 헤르트 빌데르스(Geert Wilders) 자유당 대표가 요즘 각광받는 대표적 포퓰리스트들이다.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위력을 과시한 최근의 포퓰리즘은 '위험한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라고도 지적되는 자국중심주의 또는 경제적 국수주의 주장과 짝을 이룬다.

자국중심주의를 내건 이런 포퓰리즘은 왜 지지를 받을까?

잉글하트와 노리스 교수는 이를 설명하는 두 가지 이론이 있다고 소개한다.

첫번째는 경제적 불평등 때문이라는 이론이다. 80년대부터 시작돼 90년대 가속화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국제 무역을 확대하고 자본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으나 지난 30년간의 진행과정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이 시기 선진국 중산층의 수입은 정체된 반면에 개발도상국 중산층의 부는 확대됐다. 이에 따라 확대된 경제적 불평등은 낮은 임금을 받는 비숙련 노동자들, 장기 실업자, 점점 줄어드는 복지 연금에 의존하는 주부, 편 부모 가족, 이민자들이 집중된 도심에서 사는 가난한 백인들이 기성 체제에 반대하는 주장이나 이민배척주의, 그리고 외국인 혐오를 부르는 유언비어를 쉽게 받아들이게 만들었다고 이들 학자들은 설명했다.

포퓰리즘에 기댄 정당과 정치인, 운동단체들은 이런 상황을 적극 활용한다. 이민자인 '그들'이 번영과 일자리, 공공 서비스를 '우리'로부터 뺏아간다고 비난한다.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에 분노하는 지지자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문화적인 반발이라는 이론이다. 잉글하트 교수가 1976년 발표한 저서의 제목이기도 한 '조용한 혁명(Silent Revolution)'이라는 개념에서 이 설명은 출발한다. '조용한 혁명'은 2차 세계대전이후 서구 사회가 번영을 누리면서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던 문화가 세계시민주의(코스모폴리타니즘)이나 다문화주의와 같은 비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로 점차 변동해간 추세를 일컫는 개념이다.

유럽극우정당 지도자들. 왼편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나이젤 패라지, 장마린 르펜, 헤르트 빌데르스, 노르베르트 호퍼(사진=유튜브 캡처)
전후 세대가 유권자로 등장하면서 학생운동시대의 문을 연 70년대 서구 사회에서 이런 문화변동은 분명해졌다. 녹색당 같은 좌파 자유주의 정당과 환경보호, 인권, 성평등 등을 주창하는 다른 진보 운동이 지지를 받게 됐다. 이런 문화변동은 대학교육의 기회가 확대되고 전후세대가 부모와 조부모 세대를 점차 대체하면서 탈산업사회를 더욱 진보적 방향으로 이끄는 문화적 에스컬레이터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런 문화변동은 태생적으로 ‘반혁명’적인 복고성향을 촉발할 수 밖에 없다. 기성세대, 백인 특히 교육을 받지 못한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쇠퇴해 간다고 느끼며 진보적 가치를 거부한다. 전통적인 가족 규범이 다른 가치로 대체되는데 대해 불평하면서 포퓰리스트들의 호소에 잠재적으로 취약한 지지자들이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들은 한 때 문화적으로 지배적인 지위를 차지했던 만큼 자신들의 특권이 침해된 데 대해 분노를 갖고 있다.

잉글하트와 노리스 교수는 실제로는 경제적 불평등과 문화적 반발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동시에 작동해 오늘날의 포퓰리즘 득세를 부른 것으로 봐야한다고 연구 결과에서 결론내렸다.

이런 원인에서 출발한 세계적 포퓰리즘이 자국 중심주의를 실제 행동에 옮기게 되면 세계 경제와 국가간의 관계는 매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고 아마도 큰 갈등에 휩싸일 공산이 커 보인다.

만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운동과정에서 공약한 대로 중국산 수입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긴다면 중국은 보복행위에 나설 것이다. 국제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등 개발도상국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국제 무역 협정을 폐기한다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세계경제 구조에서 트럼프 당선자나 유럽의 포퓰리스트들이 '자국의 이익이 먼저'라는 신고립주의를 고수한다면 세계 경제는 일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고 새로운 질서를 모색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19세기에 주창된 먼로주의(Monroe Doctrine), 즉 미국의 국내외 정책에 개입하지 않는 경우 타국의 정책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고립주의를 고수하다 2차대전이후 국제주의를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된 전력이 있어서 최근 주장되는 고립주의는 신고립주의(Neoisolationism)으로 불린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내정이나 정책에 간섭하지 않는다면 국제관계가 오히려 건전해질 수도 있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주장하는 고립주의는 이미 구축된 국제관계를 파괴하는 것이어서 '위험한 신고립주의'로 평가된다.

이는 특히 포퓰리스트들을 지지한 국민들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분은 한 때 풀릴지 모르지만 경제적 불평등이나 가치의 변화는 고립이나 복고를 통해 해소할 수 없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등에 최근 기고한 글에서 세계화의 이득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포용적 세계화의 길'을 모색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국내적으로는 자본의 과도한 힘을 억제하고 정부의 소득재분배를 강화하며 대외적으로 무역협정 과정에서 기업보다 시민들의 이해를 반영하고 금융자본의 급속한 이동을 규제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자만을 위한 고삐풀린 세계화가 아니라 민주적으로 관리되는 세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기고문에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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