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협정 강행…野, '협정 중단 결의안' 강력 반발

국방부 "2차 협의, 양국 주요내용 의견 일치"…야당 "日에 정보 바치는 짓"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2차 협의에 참석하는 일본측 과장급 실무단이 9일 오후 서울 국방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정부가 여론의 반발 속에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강행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말 협정을 체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야당은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정부가 국민적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9일 국방부는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GSOMIA 체결을 위한 1차 실무협의를 한데 이어, 이날 서울에서 2차 실무협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 서울에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체결에 관한 2차 실무협의를 진행했다"며 "지난 1차 협의에 이어 협정문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고 주요 내용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양측은 3차 협의와 관련해 국방·외교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협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양국은 협정 체결을 위한 최종 조율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양국이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2년 GSOMIA 협정을 추진했지만 체결 직전 '밀실협의' 논란으로 무산됐다.

GSOMIA는 군사정보의 전달과 사용, 저장, 보호 등의 방법에 관한 것으로 협정이 체결되면 양국간 군사정보를 직접 공유할 수 있어 실질적 군사협력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마련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과 GSOMIA를 체결하면 대북 정보수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여전히 반성하지 않은 채 군사대국화에 몰두하는 상황에서 GSOMIA 체결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일본과 군사정보를 공유할 필요성은 있지만 국민이 수긍할 만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마치 군사작전하듯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 야당 "국민이 우습나?"…협정 강행시 국방·외교장관 경질 가능성도

야당은 강력반발했다.

야3당은 정부가 최순실 게이트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틈을 타 민감한 안보사안을 어물쩍 처리하려는 꼼수라며 협정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에서 "이 와중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고 있는 국방부와 이 정권에 대해서 정말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대한민국의 군사정보를 일본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 왜 북한 핵무기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일본이 북핵을 막는데 무슨 도움을 줄 수 있냐"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은 이날 비대위원 및 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는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에 서둘러 서명하려고 하고 있다"며 "정부는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 비준을 반드시 얻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긴급대책회의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사실상 대통령 유고 상태다. 이 와중에 국가안보 중대 사안을 그것도 야3당과 국민이 반대하는 사안을 밀어붙이겠다고 하는 것은 야당과 국민이 우습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야당은 헌법 60조 1항에 정부가 체결하는 주요 조약에 대한 국회의 비준 동의권을 명시하고 있어 한일 관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할때 GSOMIA는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의 요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협정에 서명할 경우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 주도권을 쥔 야당에 의해 국방장관과 외교장관이 경질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야3당 의원 162명은 이날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 간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협의 중단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오직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과거 32개국과 체결한 GSOMIA도 국회 비준을 받은 것은 없고, 한일 GSOMIA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국 정부가 협정문 내용에 최종 합의하더라도 실제 체결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려면 법제처의 협정문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야당이 추천한 책임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협정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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