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과 함께 호흡하는 들꽃 같은 교회

매해 '온새미로 축제' 개최하는 충남 보령의 시온교회

흥겨운 색소폰 연주 소리가 울려 퍼지고, 향긋한 커피 내음이 진동하는 곳. 지난 주말, 공기 좋은 충남 보령의 한 수목원에서 '제 12회 온새미로 축제'가 열렸다.

'제 12회 온새미로 축제' 의 모습. (사진 = 이빛나)
◇ 지역 축제로 성장한 교회 잔치

'온새미로' 는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라는 뜻을 지닌 순 우리말로, 변함없는 농촌과 지역사회를 소개하고 있다. 지금은 해마다 천오백 명 이상이 찾는 규모의 행사로 커졌지만, 처음에는 보령시 천북면에 위치한 시온교회에서 마련한 작은 동네잔치에서 시작됐다.

시온교회 김영진 목사는 12년 전, 교회에서 성도들과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들꽃과 화분을 모아 꽃을 보여주는 일명 ‘들꽃축제’를 열었다. 그 때 축제를 찾았던 주민들이 반응이 좋았고, 다양한 지역의 농축산물과 체험활동을 소개하려는 참가자들이 많아지면서 지금의 온새미로 축제에 이르게 됐다.

지금은 지역의 여러 교회와 주민들이 참가해 행사를 주관하고 있고, 보령시에서 매년 행사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 지역 7개 교회의 연합 '신죽리 수목원 네트워크'

축제가 열리는 신죽리 수목원은 지역의 7개 교회가 연합한 '식죽리 수목원 네트워크'에서 운영하고 있다.


신죽리 수목원은 평상시에도 누구나 찾아와 수목원과 숲체험을 즐길 수 있다. (사진 = 이빛나)
수목원에서 조성된 '숲 체험 길'과 토끼 농장, 실내 수목원, 농산물 판매장, 카페와 쉼터 등은 목회자들이 직접 조성했고, 카페와 농산물 판매장에서는 목회자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봉사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내는 수목원 이용요금과 농산물 판매 수익금은 지역 교회의 헌금으로 나누어 들어간다.

시온교회 김영진 목사는 "우리가 혼자는 약하지만 같이 힘을 모으면 그래도 무언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힘을 모으게 됐다"며, "마을에 있는 다양한 자원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농촌이 앞으로 나가야 할 길들을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교회간의 네트워크를 발전시켜 사회적 기업을 세워나갈 생각으로 얼마 전에는 법인도 세웠다. 앞으로도 농촌을 알리고, 농촌과 도시의 연계를 돕는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지역의 필요를 채워주는 농촌 교회

처음 네트워크를 만들었던 시온교회는 이밖에도 공부방과 음악교실 등을 만들어 지역 초등학교의 폐교를 막아내고, 유용 미생물(EM)을 활용한 친환경 농법을 마을에 도입해 주민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영진 목사는 "처음에 교회에 부임해 추수감사잔치를 교회 운동장에서 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안 와서 당황했었다"며, "주민들과 함께하고 지역 사회의 필요를 찾아다니다보니 어느새 온 마을 사람들이 추수감사절이 되면 다 교회로 다 모이게 됐고, 동네 노인회에서는 표창장을 들고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시온교회 김영진 목사는 교회 차량을 이용해 주변 초등학교 아이들의 등하교를 직접 돕고 있다. (사진 = 김영진 목사 제공)
또 김목사는 "얼마 전 70세가 다 된 주민 분이 교회를 찾아와 '교회가 이렇게 좋은 곳인 줄 알았으면 직작에 나왔을텐데 이제 나와서 원통하다'는 고백을 들으며, 그래도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아 감사했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23년 전 김 목사가 처음 시온교회에 부임했을 당시 다섯 명에 불과했던 남자 성도들은 현재 40명이 넘을 정도로 늘어났다. 지역 사회의 필요를 따라가며 섬기기 시작하자 주민들이 알아서 교회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시온교회는 앞으로도 농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활용해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보령시와 함께 구체화시켜나갈 계획이다. 지역과 함께 공존하는 교회로서 그 사명을 다하고자 한다.

침체된 농촌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들꽃 같은 교회가 있어 농촌의 가을이 더욱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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