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북정책은?…'대화'와 '압박' 병행할 듯

미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9일(한국시간)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한국의 대북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대북 정책이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파격'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 트럼프의 대북정책 예측 불허

트럼프는 지난 2월 한 토크쇼에서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그 자(김정은)를 빨리 사라지게 하도록 만들겠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지난 5월에는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가 다음달에는 "절대로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에 따라 그가 대북정책에 있어 구체적인 전략적 원칙이 없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 오바마에 비해 대북 강경책 구사할 듯

트럼프가 대북 강경 발언을 하면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힘에 따라 북한에 대해 강온 양면 정책을 사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6월 애틀란타 유세 과정에서는 "만약 대통령이 될 경우,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없지만 대신 김정은을 미국으로 초청해 같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할 것", "만약 김정은이 미국을 방문할 의사가 있다면 나는 이를 받아 들이겠다"고 발언했다.

우선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이것이 먹히지 않을 경우 기존보다 강경한 대북 정책을 쓸 것이란 이야기다.


우선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한편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오바마에 비해 강경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 문제에 있어 양극단을 넘나드는 트럼프는 향후 대북정책에 있어서 '대화'와 '압박'을 번갈아가며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 북미 양자대화 나설 수도

북핵이 점차 미국의 안보 위협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사업가 기질'을 앞세워 북미 양자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리를 추구하는 트럼프가 북한의 인권문제 제기 등을 자제하면서 거래를 시도한다면 생각보다 북미 관계가 급속히 개선될 수도 있다는 것.

이 경우 북한이 한 걸음 더 나아가 남북대화는 거부하면서 북미 대화에는 적극성을 보이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북한은 트럼프 당선으로 한미동맹 약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북미간 평화협정만 체결해주면 핵동결도 해줄 수 있다는 적극적인 제안을 던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한국의 자체핵무장론' 탄력 받나?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우호적인 트럼프가 당선됨에 따라 '한국의 자체핵무장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 중국과 북한을 견제하겠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핵무장론을 주장해 온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이 미국의 동의 하에 핵무장의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실장은 "미국의 핵우산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온 기존의 안보정책을 이제는 독자적 핵보유를 통해 스스로 책임지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에 의존하는 균형적인 동맹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외교, 안보, 통일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지지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자체 핵무장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더 큰 위험과 불안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정부 역시 지금까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날로 고조되는 상황에서 내년 국내 대선을 앞두고‘한국의 자체핵무장론’은 지속적인 쟁점이 될 전망이다.

◇ 트럼프의 최악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북한 핵위협을 사실상 '방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 아래 문제 해결 노력을 접음으로써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타협'의 길을 택할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북미관계는 안정되겠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북핵 위협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또다른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전쟁관을 갖고 있는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가 통하지 않을 경우 이미 예고한 대로 김정은 암살이나 핵시설 파괴와 같은 군사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가 그동안 대북 정책에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다섯 차례의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미국 본토의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할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