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은 9일 오전 서울 시민청에서 열린 '블랙리스트의 시대, 예술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론회에 참석해 "경복궁 옆 송현동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부지 개발사업에도 차은택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 자리에서 "송현동 부지는 너무 귀한 땅인데 호텔을 짓는 건 안 된다고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문체부나 심지어 대한항공 회장이 찾아와 케이 익스피어리언스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너무 엉성한 계획이어서 누가 한 것인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차은택이 연관돼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대한항공도 요구를 받아서 했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국정농단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와관련해 지난해 5월 문체부의 실장 한 사람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행정 제2부시장을 찾아 왔고, 그 해 8월 조양호 회장이 박 시장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 부지는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에 공들이다 결국 지난해 8월 한류문화체험공간을 만들기로 했다.
박 시장은 또 "영화인 요청 받아 시네마테크를 만드는데 (행정자치부)중앙투자심사에서 정부가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서울시에서 하라는 결론이 났다"며 "정작 문체부는 서울에 시네마테크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는데 그런 결론이 난 것이 (블랙리스트와)뭔가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또 "박장열 서울연극협회 회장과 서울연극영화제 지원을 하는데 장소를 안 빌려 줘서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박 회장이 블랙리스트에 있었고 아마 저도 있었던 것 같다"며 "청와대에서 이런 짓을 계속 해온 것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만들면서 서울은 한류를 중심으로 한다고 발표를 했는데 (남경필)도지사는 부르고 나는 부르지 않았다"면서 "기업 등을 쳐서 하는 게 무슨 창조경제냐"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블랙리스트에 오르신 분들이 하시면 잘 하실 것 같은데, 배우 정우성씨가 자기가 올라있는지도 몰랐다고 하니 이게 블랙 코메디가 아닌가 싶다. 이것이 5공 때 일이 아니고 지금 21세기에 벌어지고 있으니 정말 공분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시장은 또 청와대가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에 내려 보낸 것으로 알려진 "블랙리스트에 올라 중앙정부 무대에 (작품이)오르지 못한 작가에 작품 지원을 해주는 일이 이 단계에서 굉장히 필요하다"며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그런 에술가들을 서울시가 안아서 지원을 해주는 그런 일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