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최순실로 엎친 경제에 트럼프가 덮쳤다

한미FTA 원점재검토, 무역전쟁, 주한미군 문제…"공약대로라면 재난"

(사진=황진환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국정공백으로 방향 잃고 표류하는 대한민국 경제(號)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역대급 쓰나미까지 몰려오고 있다.

당장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한 한미FTA 원점 재검토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등으로 지정학적 위험까지 증가할 경우, 우리 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공약대로라면 우리나라에는 재난"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 한미FTA 중단 가시화, 5년 동안 일자리 24만개 감소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은 일자리 킬러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기간 동안 틈만 나면 한미FTA 원점 재검토를 부르짖고 다녔다.

자유무역협정으로 기업이 해외로 이전하고 일자리가 크게 감소한 탓에 미국의 쇠락한 공업지구, 이른바 '러스트 벨트'가 생겨났다며, 자신이 당선되면 무역장벽을 쌓고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장담했다.

트럼프가 공언한대로 한미FTA 재협상으로 인한 양허정지가 이뤄지면, 한국은 수출에 있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대 최남석 교수(무역학)가 한국경제연구원의 의뢰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미FTA 양허정지나 전면중단이 이뤄질 경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총 수출 손실이 26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또 자동차 산업과 기계, ICT, 석유화학, 철강, 가전 등의 산업이 크게 위축되면서 일자리 24만개가 감소하고, 생산유발액 68조원, 부가가치유발액도 18조원 증발할 것이라는 경악할만한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최 교수는 "한미FTA는 어느 나라가 협정종료를 일방적으로 서면통보하면 6개월 내에 종료하도록 돼 있다"며 협정이 아예 종료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봤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무역전쟁 대두,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는 재난 불보듯

산업연구원도 지난 7일 '미국 대선 이후 경제정책의 변화와 영향'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 철회나 재협상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아니더라도, 반덤핑이나 상계관세와 같은 무역제한 조치는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옹호해 온 공화당을 비롯해 미국 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트럼프 당선자가 자유무역협정 자체를 무력화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할 공산은 크다는 것이다.

앞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에 이어 미국 트럼프 정부가 공격적 통상정책을 펼칠 경우, 전세계적인 무역보복 조치도 피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트럼프의 공약대로 미국이 중국의 공산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중간 무역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

가뜩이나 세계 무역량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지난 2분기에는 감소세로 돌아선 마당에, 무역 전쟁이 발발할 경우 전세계 경제가 다시 침체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의 수출에 제동이 걸리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는 2차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수출규모 2위인 미국은 물론 중국 수출까지 감소할 경우, 수출이 국내총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의 경제는 그야말로 빙하기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약대로 하면 우리나라에는 재난"이라고 말했다. 가히 우리나라에는 '트럼프 리스크' 또는 '트럼프 쇼크'라고 할 만하다.

◇ 금융시장 요동, 지정학적 위험까지 커지면 투자자금 썰물 우려

이 같은 불안을 반영하듯 국내 주식시장은 코스피가 2.25% 코스닥이 3.92%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4.5원이나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정부가 이날 오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시장안정조치를 취할 가능성까지 시사했지만,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에 이어 다음날인 10일에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금융시장에도 하락장세가 예상된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우리나라에서 외국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커진다. 여기에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대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가 불거질 경우, 지정학적 위험까지 배가돼 투자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추가적인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더 큰 문제가 주한미군 분담금 이슈"라며 "국제 투자자들 입장에서 한국이 불안정한 시장이 되면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국정공백에 컨트롤타워 실종...비상걸린 정부, “엎친데 덮친격”

이처럼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 경제팀에도 비상이 걸렸다. 먼저 이날 오전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가 열려, 관계기관 합동점검반을 24시간 점검 체계로 전환했다.

통화당국인 한국은행도 이날 오후 2시 금융경제상황점검회의를 열었고, 트럼프 당선이 거의 확실시된 오후 4시에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가 열려 범정부적 대응계획이 논의됐다. 정부는 다음날인 10일 오전에도 유 부총리 주재로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나 차기 행정부를 구성할 주요 인물들을 접촉해 한미FTA를 비롯해, 우리 국익에 큰 손실이 나지 않도록 설득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최순실 게이트 등으로 국정 공백이 발생한 점이 발목을 잡고 있다.

박제훈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는 "결국 우리나라 정치적 위기가 더 큰 문제"라며 "경제부총리 문제라도 여야가 합의해서 빨리 해결하던지 총괄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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