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진영은 '판도라'에서 끝까지 재앙을 막으려는 발전소 소장 평섭 역을 맡았다.
그는 9일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내부자들'이 현실을 너무 과장해서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사회가 '내부자들' 그대로다. 숨겨진 일들이 드러나 온 국민이 염려하는 상황이고, 지금 사회를 보면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다. 정진영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그는 "이 영화에 출연한다고 해서 내게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약속'도 그렇게 만들었다. 다만 이 영화에 투자할 투자자가 있을지 걱정했다"면서 "'NEW'가 이번 영화를 투자, 배급하는데 이전에 '변호인'이라는 영화를 만들고 힘들었지 않았나. 참 못돼먹은 사회이고, 불행한 사회다. 표현의 자유가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가"라고 이야기했다.
그가 '판도라'에 참여하게 된 계기 역시 이런 생각과 맞닿아 있었다. 스스로를 단순히 배우가 아닌,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회인으로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진영은 "원전에 대한 심각성, 정부와 그 관계자들의 안일한 태도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런 영화를 만든다는 게 흥분이 되더라.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많은 분들과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뜨겁게 비판했지만 여전히 그는 우리 사회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정진영은 "온갖 불행 속에 희망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판도라'는 무서운 세상을 그리지만 관객들은 그 안에서 사람이 살 수있는 희망적인 세상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재혁은 철이 없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인간에 대한 도리를 지키고, 인간애를 드러내는 캐릭터"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답답한 시국인데 이 자리가 뜻깊고, 개인적으로 기대된다"면서 "물론 지진으로 재앙이 시작되지만 재난이 되는 이유는 인간의 이기심과 자본의 이기심 때문이다. 원전이라는 소재를 넘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판도라'를 소개했다.
배우 강신일, 문정희, 김대명 등은 세월호를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달고 등장했다. 그 중 강신일은 '판도라'를 촬영하면서 2년 전 발생한 세월호 사고를 많이 떠올렸다고.
그는 "'판도라'라는 영화에 참여하면서 언제든지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월호 사고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무책임하게 나이 든 사람이 하는 반성의 의미로 봐달라"고 심경을 전했다.
'판도라'는 지진으로 인해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를 막아내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은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배우 김남길, 김영애, 정진영, 문정희, 이경영, 김대명 등이 출연한다. 오는 12월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