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려온 차은택(47)씨가 8일 밤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차씨는 이날 오후 8시 중국 칭다오발 중국동방항공 MU2043편에 탑승해 오후 9시 4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차씨는 검은 옷과 검은 모자 차림으로 오후 10시 25분 입국장에 도착해 '문화계 비선실세로 불리는 데 대한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정말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계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최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모두 검찰에서 사실대로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장차관 인사에 개입했는지', '우병우 전 수석이 뒤를 봐줬다고 하던데 우 전 수석을 아는지', '박근혜 대통령을 개인적으로 만난 적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차씨는 중간중간 울먹이며 말을 이어가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적 없나'라는 질문에 "정말로 없다"고 하다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공항에서 검찰직원들에게 체포된 차씨는 현재 중앙지검으로 압송 중이다. 앞서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차씨에 대해 공동강요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차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등에 업고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며 각종 문화정책과 이권 사업을 독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을 지낸 차씨는 거액의 예산이 투입된 정부 사업을 쓸어담고, 실소유한 광고업체를 통해 현대차, KT 등의 광고를 무더기로 따낸 정황이 드러났다.
차씨의 은사인 김종덕 홍익대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임명됐고, 광고업계에서 알고 지낸 20년 지기 송성각씨는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돼 인사개입 의혹도 일고 있다.
송씨는 한 광고사 지분을 차씨에게 넘기라고 요구하면서 “묻어버리겠다”고 위협했다는 의혹이 일자 사직했다. 검찰은 전날 송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과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 등 혐의로 체포했다.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차씨의 외삼촌이다.
차씨는 문화창조융합본부장 시절 한국관광공사의 한식문화체험관 사업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하고, 20억 예산 증액 과정에서 김 장관과 김 수석 등을 동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 있다.
이와함께 차씨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 방관했다는 의혹을 밝혀줄 '키맨'으로 분류돼 있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에 자신이 재단 운영을 문제 삼았을 때 차씨가 "우병우 수석이 내 뒤를 봐주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차씨는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지난 9월 말 돌연 중국으로 떠나 사실상 도피 생활을 해왔다. 도피 중이던 지난달에는 일본에 방문한 사실도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