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 성적이 우수하지 못했던 A 군은 부모의 뜻에 따라 고등학교 진학 후 아이스하키부에 들어가 체육 특기자 전형을 노리기로 한 것. 명문대 아이스하키부 선수들 중에는 이 학교 출신이 많다.
부모가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A 군은 올해 초 명문대 체육학과 신입생이 됐다.
엘리트 체육인 육성을 위한 대입 체육 특기생 제도가 부유층 자녀의 명문대 간판달기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아이스하키·승마·요트…그들만의 체육
8일 체육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승마와 아이스하키 등 대중화하지 않은 스포츠의 경우 이른바 금수저 자녀의 학벌 포장을 위한 편법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만큼 지원자가 적어 대학 입시에서 경쟁률이 낮아 '무혈입성'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아이스하키의 경우 한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선수가 45명인 반면, 고려대와 연세대 등 아이스하키팀이 있는 서울 소재 5개 대학 정원은 35명가량이다.
전체 고등학교 아이스하키 선수 중 10명 이하만 대학에 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한 아이스하키 감독은 "연·고대 간판을 따기 위해 자녀에게 '도약단계(비인기종목)'인 아이스하키를 시키는 학부모가 많다"고 꼬집었다.
승마도 권력자 자녀의 입시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종목이다.
지난 1984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전경환 전 새마을운동 중앙본부 회장의 아들이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승마특기생으로 입학한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이 일었다.
부성학원 설립자 집안 출신인 방송인 한성주 씨도 승마특기생으로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갔다. 나중에 승마선수 경력이 허위라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최근엔 승마선수 정유라 씨가 이대 체육과학부에 입학하며 승마특기생 특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체육특기생으로 명문대에 입학해 운동을 포기하고 전과를 해 일반대생으로 행세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내용을 보면 체육특기생 6명 가운데 1명은 대학생활 도중 일반학과로 옮겼다.
◇ 교수 입김 따라 춤추는 입시…청탁비리 만연
체육특기생 제도가 학력 세탁 수단으로 쉽게 악용되면서 엘리트 체육인들의 교육 기회가 사라지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15년, 서울의 한 대학 체육과에 탁구특기생으로 지원한 C(19·여) 씨는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학교 측에서 체육특기생으로 여성 2명을 모집한다고 했지만 남성이 뽑혔던 것.
C 씨는 해당 학과를 졸업한 이 모(22·여) 씨와 이 문제에 대해 상의해봤지만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CBS노컷뉴스 취재진도 학교에 문의해봤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이 씨는 "합격한 남성의 수상실적도 객관적으로 우수하지 않았다"면서 "전국체전에 나갈 팀을 꾸리는 학과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를 체육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시켜주겠다고 속여 학부모들에게 거액을 뜯어내는 부정행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체육특기생 진학 로비 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D(51) 씨가 구속됐다.
학부모 3명에게 접근해 자녀를 축구선수로 진학시켜 주겠다며 로비자금과 기부금 명목으로 1억9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지난 2014년에는 이광은(61) 전 프로야구 감독이 연세대 야구부 감독으로 재직하던 2009년 2월 모 고교 야구부 감독으로부터 선수를 대학에 입학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3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연세대에서는 2013년에도 야구부 감독이 특기생 학부모로부터 청탁과 함께 현금 3000만 원을 받고 학생을 부정 입학시킨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