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의 진풍경 "표 맞바꾸기(swapping)"

트럼프 막으려 전략투표 나서는 제 3후보 지지자들

미 대선후보들. 하단은 자유당 개리 존슨(왼쪽)과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사진=유튜브캡처)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간의 경합지로 분류되는 오하이오 주의 유권자 소피 워너(20세, 대학생)는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에게 당초 투표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투표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오히려 도울까봐 걱정스러웠다.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분류되는 캘리포니아에 사는 마크 밸루더(44세, 변호사)는 공화당원이지만 트럼프 후보에 대해 반대해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찍을 생각이었다.

두 사람은 “트럼프 거래자들(Trump Traders)”이라는 웹사이트에서 서로를 알게 됐다. 이 이상한 동업자들은 표를 맞바꾸기로 합의했다. 오하이오 유권자인 워너는 민주당 클린턴 후보를 찍는 대신 캘리포니아의 밸루더는 녹색당 스타인 후보에게 투표하기로 한 것.


이런 “표 맞바꾸기(vote-swapping)”에 수만 명의 유권자들이 대부분 트럼프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참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 보도했다. 서로 합의한 대로 투표를 했는지 증명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의 승자는 전국 지지율에 의하지 않고 선거인단을 뽑는 각 주의 선거 결과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오하이오주 같은 경합주(swing state)에서는 역대 선거때마다 유권자들의 선택이 달라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캘리포니아 같은 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한 지역이다. 이런 미국 대선의 특성 때문에 ‘표 맞바꾸기’가 가능해진다.

‘트럼프 거래자들’ 사이트에서는 7일까지 4만 명이 이런 협약을 맺었다고 공동 설립자인 존 서텁스가 로이터에 말했다. 비록 적은 비율이지만 수백 표가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2000년 대선 당시 플로리다주에선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가 537표차이로 이겨 이곳의 선거인단 29명을 독식해갔다.

‘표 맞바꾸기’가 처음 주목받은 것도 2000년 대선때다. 당시 엘 고어 민주당 후보가 유리한 지역으로 분류됐던 플로리다 주에서 녹색당의 랄프 네이더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네이더 거래자들(Nader Traders)”로 불리던 일부 유권자들이 고어 후보 지지자들과 표 맞바꾸기에 나섰으나 네이더 후보가 9만 7천표를 얻은 대신 공화당의 부시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했다.

이런 표 맞바꾸기는 2007년에 합법적인 것으로 판정받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제9 순회항소법원은 ‘표 맞바꾸기’가 일각에서 이런 전략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의 형태로 보호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제3후보들인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와 자유당 개리 존슨 후보는 합쳐서 7%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또 다른 ‘네이더 스타일’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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