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야당 접촉 시도를 둘러싸고는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대통령'이란 명분 쌓기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또 '대통령 2선 후퇴'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야당을 향해 '당장 만나 대화하자'고 정면돌파 전략을 취한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국회의장실을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현안을 논의한다. 당초 청와대는 이 자리에 여야 대표들도 함께 참석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회동에 불참하기로 했다. 전날 한광옥 비서실장이 국회에서 여야 대표를 만나 이날 일정을 안내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지만, 한 실장은 전날 추 대표 접견에 실패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이른 아침 SNS에 글을 올려 "저는 안 갑니다"라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야당 대표들과 조율되지도 않은 회동 일정을 청와대가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야권 인사는 "만남의 전제조건을 걸었는데, 만나서 전제조건을 논하자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며 "전면전을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대화라는 명분을 바탕으로, 정국 수습의 공을 야권에 넘기는 효과를 노린 것이란 관측도 있다. '대화에 나선 대통령' 대 '대화를 거부하는 야권'의 구도를 세워 야권의 책임을 강조한다는 얘기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대해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대통령이 뭘 해보기 위해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민심을 수용하지 않고 계속 버티려고 명분과 제스처를 취하는 느낌이다. 이런 태도는 수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국회의장실은 이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의 '무례'를 지적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어제 청와대에서 회동을 제안할 때 여야 대표 등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의장실은 어제 청와대에 '영수회담을 먼저 하시라'고 제안했는데 청와대는 '영수회담이 안 되고 있으니 의장 회동을 먼저 하자'고 해서 수용한 것"이라며 "청와대에서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 운운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결국 박 대통령의 국회의장실 방문 직전, "오늘 국회 방문은 대통령과 국회의장과의 면담이며,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은 추후 성사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