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세대의 분노,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

"이게 나라냐?"에 담긴 심정…각자 자신의 상황에서 쌓인 울분 터져나와

- 여자들은 최순실 친구?
- 여성비하적 발언, 문제해결에 도움안돼
- 국가 제일의 의무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
- 그러나 국가는 나를 보호하지 않는다
- 팔짱낀 우병우와 최순실에게 주어진 특별한 하루
- 과연 누가 이것을 밝힐 수 있는가?
- 검찰에 대한 신뢰도 바닥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9:05~20:00)
■ 방송일 : 2016년 11월 7일 (월) 오후 19:0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최태섭 문화평론가

◇ 정관용> 대통령의 사과담화 각종 패러디가 지금 SNS상에 떠돌아다니고 있고요. 또 지난 주말 도심에는 주최측 추산 20만 시민들이 광화문으로 나와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 그런데 그 집회의 분위기도 과거와는 많이 다르다 이런 평가가 나오고요.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이런 일들 어떻게 봐야 할지 토요일 시위현장 또 SNS에 눈길 끄는 말, 이런 것들을 한번 속뜻을 헤아려보도록 합니다. 그래서 문화평론가 최태섭 씨를 오늘 초대했어요. 어서 오십시오.

◆ 최태섭> 안녕하세요.

◇ 정관용> SNS상에 지금 제일 많이 떠도는 얘기가 뭐예요?

◆ 최태섭> 역시 담화문에 대한 패러디가 가장 많은데요.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라는 대통령 발언에 대한 패러디가 정말 봇물처럼 터져나왔습니다. 어떤 네티즌은 이러려고 도와줬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하고 '우주' 이렇게 써놓고요.

◇ 정관용> 아, 자기가 우주다?

◆ 최태섭> 또 이러려고 먹고 사람 되려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 '웅녀' 이렇게 되어 있고요. 담화문을 보도하는 장면에 합성하기 편하게 전용 탬플릿 같은 것들이 등장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양의 패러디들이 쏟아져나왔습니다. 그리고 시위 현장에서도 대통령님은 사사로운 인연은 이어나가시고 나라와의 연을 끊으세요, 라는 플래카드도 등장했었고요.

◇ 정관용> 정반대로 해석을 하는군요.

◆ 최태섭> 하야를 하랬더니 절교를 하고 있다 등의 반응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의 화법이 흔히 이제 우리 애는 착한데 나쁜 친구들을 사귀어서 아이가 일진이 되었다라고 말하는 것하고 유사한 논리구조인데요.

◇ 정관용> 학부모들 가운데 그런 논리 펴는 사람들이 있죠.

◆ 최태섭> 그런데 비슷한 걸로는 우리 애가 똑똑한데 공부를 안 해서 그렇다 등이 있는데. 그걸 심지어 대통령이 본인 스스로를 대상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이 굉장히 또 인상이 깊었고요. 사실 지금 농담처럼 사람들이 이제 웃으면서 얘기를 하지만 가장 자괴감을 느끼는 게 누구냐라고 생각해 보면 바로 국민들일 수밖에 없고. 문제의 근원인 대통령이 또다시, 흔히 말한 유체이탈화법이라고 하죠, 어떤 책임 회피 등을 통해서 사과 아닌 사과를 했기 때문에 토요일에도 원래는 추산하기로는 경찰 5만, 주최측 10만이었는데. 그것보다 더 많은 인원들이 왔잖아요. 실질적으로 이제 나오신 분들 중에서도 담화문 때문에 나왔다라고 말씀하신 분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 정관용> 두 번째 담화문을 묘하게 편집을 해서 악마의 편집본이 또 SNS에 많이 돌아다니더라고요.

◆ 최태섭> 네, 오늘 아마 돌기 시작한 것 같은데요. 너무 그럴듯해서 사람들이 반박할 수가 없다 이런 말도 많이 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러니까 핵심은 대통령은 나름 자기의 어떤 진정성을 담아서 뭔가 반성하고 책임도 지겠다, 이런 말을 했으나 국민들의 눈에는 그렇게 안 읽혔기 때문에 대통령의 사과성명을 정반대로 짜깁기한 편집본 아니겠어요. 그걸 보면서 오히려 국민들이 쾌감을 느낀다 이런 걸까요?

◆ 최태섭> 물론 일각에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마는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대통령이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최순실 씨 개인의 비리 때문에 이렇게 됐다라는 식의 책임전가를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그 권한을 쥐어준 국민에게 그것이 과연 할 소리인가라는 분노가 큰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바로 그 분노 때문에 정반대 해석본에 박수를 친다.

◆ 최태섭> 그렇습니다.

◇ 정관용> 또 하나 많이 인기 끄는 게 배터리도 5%면 갈아끼워야 된다 이런 말도 있더라고요.

◆ 최태섭> 네, 그렇습니다. 헌정사상 최초로 이제 5%라는 지지율을 기록을 했는데요.

◇ 정관용> 오늘 나온 보도는 다시 조금 올라갔다고는 합니다마는.

◆ 최태섭> 사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5%의 대통령이라는 건 과연 이것이 통치가 가능한 수준인가라는 의문이 국민들 사이에서 엄청나게 많았고 사과가 아니라 사퇴를 해라 어떤 표현의 반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기업도 새누리당도 보수언론도 모두 공범이다, 이런 지적하는 이야기도 많죠?

◆ 최태섭> 네, 그렇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이 보도되면서 약간 기업들이 속된 말로 이제 삥을 뜯겼다라는 식의 보도들이 계속 양산되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 돈을 주고서 기업들이 가져간 편익이 훨씬 더 크다라는 보도들이 속속 나오고 있고요.

◇ 정관용>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그런 분석을 한 적이 있습니다.

◆ 최태섭>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제 국민들 입장에서는 다 공범이다. 이것이 마치 안면몰수하고 뒤돌아서서 대통령을 같이 욕하고 있지만 저 사람들도 같이 공범이다, 잊어서는 안 된다라고 상기시키는 내용들이 많았고.

사진 한 장이 인기를 끌었는데요. 시위 현장에서 찍힌 건데.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이 꼭두각시 최순실을 조정하고 있고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을 조종하는 그런 3인 퍼포먼스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정관용> 진짜 맨 뒤의 실세는, 배후는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런 거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냈다 이거죠. 이처럼 SNS상에 이런 저런 사진과 용어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뿐 아니라 TV프로그램, 라디오 프로그램 여러 곳에서 그동안에는 참 엄두도 못 냈었는데. 내가 이러려고 이런 말들을 직접 한다든지 또 말 타는 모습을 보인다든지 코미디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말이죠. 정말 순발력 있게 대응을 하더라고요.

◆ 최태섭> 네, 그렇습니다. 사실 그동안에 한동안 풍자나 정치 풍자 같은 것들이 개그계에서 거의 실종이 되다시피 했고요.

◇ 정관용> 완전히 사라졌었죠.

◆ 최태섭> 몇몇 개그맨들이 주로 여당 의원들에 대한 풍자를 했다가 소송을 당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많았고. 사실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이제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서 다시 예능이나 개그 프로그램이나 심지어는 그냥 연예가중계 같은 그런 프로그램에서도 풍자를 하는 그런 모습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태섭 문화평론가 (사진=시사자키 제작팀)

◇ 정관용> 그리고 이제 시위 현장의 특징들을 다시 정리해 보죠.

◆ 최태섭> 시위 자체는 경찰과 별다른 충돌이 없이 진행된 편입니다. 경찰들의 태도변화가 또 굉장히 화제였는데요. 작년에 민중총궐기나 이런 집회에서는 경찰들이 굉장히 고압적으로 진압을 했는데. 이번에는 저도 직접 선무방송을 들었는데 시민들, 시민 여러분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우리가 잘 알겠다.

◇ 정관용> 경찰서장이 직접 그랬다는 거잖아요.

◆ 최태섭>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제 돌아가달라, 혹은 인도로 올라가달라. 굉장히 조심해서 말하는 그런 선무방송이 나와서 시위대들이 되게 의아해했는데요. 2008년 촛불집회 때처럼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운집했고 기존의 진보세력이라고 지칭되는 분들이 포함되지 않은 일반 시민이라고 하죠, 대체로 그런 분들이 굉장히 많이 나오셨다라는 분위기였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시위대에서 혹시라도 조금 좀 눈살 찌뿌려지는 행동을 누가 하려고 하면 각자 자기들끼리 말리고 그랬다면서요?

◆ 최태섭> 그 문제는 조금 복잡한 문제가 되는데요. 왜냐하면 평화시위나 합법시위에 대해서 좀 강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예를 들면 저들에게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라는 건데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집회시위라는 게 결국은 주권자가 가질 수 있는 최후의 저항수단인데. 그 방법과 형태를 어떤 선출된 권력이 강제하고 금지하는 것이 과연 맞는 말인가라는 것이고요. 다만 문제는 있습니다. 이번 시위 관련해서 좀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했던 것들이 이제 여성혐오적 발언이나.

◇ 정관용> 여성혐오적 발언?

◆ 최태섭> 그렇습니다. 지난 토요일 시위에 사회자가 직접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상스러운 욕을 하거나 이런 식의.

◇ 정관용> 그런데 그 욕이 여성비하적 욕이었다.

◆ 최태섭> 네, 그렇습니다. 흔히 말하는 니은으로 끝나는 말이 계속해서 나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여성 참가자는 그 모습을 보고서 정말 평생 씁쓸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라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사실 그렇습니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로 이 시국에 굉장히 분노하고 있고 시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를 좀 생각을 해 봐야 되는데. 일단 동료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현 시국을 왜곡하는 행위이기도 한 거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냐.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실정을 하고 퇴진을 요구받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이라서 그런 건 아니거든요. 반대로 그동안에 수많은 남성 대통령들의 실정에 대해서 그들이 남자라서 그랬다라는 말들은 한마디도 없었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현 정권의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좀 더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고. 이런 식으로 오히려 분산시키고 어떤 자기의 분노감을 표출하는 것에 그냥 스스로에 만족해버리는 행위가 아닌가라는 문제제기가 있는 것이죠.

◇ 정관용> 사회자까지 그런 표현을 썼다라는 건 진짜 행사주최 측이 조금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네요.

◆ 최태섭> 그렇습니다. 일례로 이번에 60대 여성 시민 두 분이 자유발언을 하셨을 때 굉장히 환호를 많이 받았는데 그런데 그분들이 발언대에 올랐을 때 시위대에 있던 어떤 남성이 최순실 친구냐, 이렇게 외쳤다는 겁니다.

◇ 정관용> 뭐라고요?

◆ 최태섭> 그런데 시위에 나온 시민, 동료 시민에게 그렇게 말하는 건 정말 예의가 아닌 거죠.

◇ 정관용> 그렇죠.

◆ 최태섭>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안 되고 대의명분에도 도움이 안 되는 굉장히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라서 빠르게 자성을 해야 된다라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 정관용> 이건 정말 가슴속에 새겨야 됩니다. 이건 여성비하식으로 가면, 절대 갈 문제도 아닌 것이고.

◆ 최태섭>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많이 나왔다는 것, 이것도 참 눈여겨볼 대목이잖아요.

◆ 최태섭> 네, 그렇습니다. 사실 교복 입은 학생들이 시위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을 따지면 2003년 미군 장갑차 사건 때에.

◇ 정관용> 효순이, 미선이 사건.

◆ 최태섭> 그때의 촛불시위가 사실 처음이었고요. 그 이후에 2008년 촛불시위에도 이른바 촛불소녀라고 명명되었던 청소년들의 참여가 있었고 이번에는 굉장히 또 많은 청소년들이 교복을 입고 참여를 했습니다. 시국선언문도 낭독을 했고요. 11월 1일자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20대가 1.6%, 30대가 3.1%가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고요.

10대의 경우에는 사실 저희가 굉장히 슬픈 이름이기는 한데 세월호 세대라는 어떤 네이밍을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재미있는 예가 있었는데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이 만든 영화인데 비행기가 착륙에 문제가 생겨서 강에 불시착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였어요. 그런데 그 영화를 보고 어떤 분이 나오시는데 그 영화를 보고 우셨다는 분들이 일단 많았어요. 왜냐하면 똑같이 재난 상황이고 똑같은 상황에서 시스템은 시스템 일을 하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기지를 발휘해서 어쨌든 사람들을 살려냈다 라는 그 스토리인데 그것이 너무 감동적이었다라고.

◇ 정관용> 이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죠? 전원 구조됐던?

◆ 최태섭> 네, 맞습니다. 나아가서 그 영화가 끝나고 어떤 분이 나오시는데 그 영화를 봤던 어떤 청소년 두 명이서 야, 그래도 쟤들은 살아남았네 라는 말을 했다는 걸 들으면서 굉장히 가슴이 아팠다라고 말씀을 하셨거든요. 그래서 이제 10대의 경우에도 당연히 현 정권에 대해서는 어떤 애착을 갖거나 당연히 지지를 하거나 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시위 현장에서 물론 하야하라, 퇴진하라 이런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마는 이게 나라냐, 이 구호가 또 압도적이었죠.

◆ 최태섭> 네, 그렇습니다. 사실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 자체에 현 상황에 대한 시민들의 심정이 가장 압축적으로 나타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게 단지 어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만 나오는 얘기냐. 단순히 국가의 운영시스템이 망가져서 나오는 얘기냐 하면 저는 그렇다라고 보지는 않고요.

왜냐하면 한국 사회가 그간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깨져왔습니다. 파열음이 가장 크게 터져나오는 것은 역시 세월호였고요. 그다음에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지진,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등을 거치면서 사실 국가에게 국민들이 요구할 수 있는 가장 제일의 의무는 국민을 보호하는 거잖아요.

국가 제일의 의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인데 그것에 대해서 굉장히 무능하거나 무책임하거나 심지어는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서 만약에 살리지 못했다면 그것에 대해서 굉장히 예의를 갖춰야 되는데 예우마저 갖추지 않는 그런 모습들을 계속 봐온 거거든요. 그래서 국가가 나를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어떤 심증들이 자꾸 확증으로 드러나게 되는 상황에서.

◇ 정관용> 차곡차곡 이렇게 쌓였다가 이 지경까지 오니까 이게 나라냐.

◆ 최태섭> 그렇습니다. 이것이 일종의 트리거가 된 것이고요. 사실 삶의 조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노동자들의 경우에도 계속되는 노동유연화나 고용불안에 압박에 시달리면서 과로를 하고요. 실질적인 임금 하락에 계속 호되게 시달려 왔고요. 여성들의 경우에는 특히 여성들의 불안감에 찬 목소리가 굉장히 큰데요.

◇ 정관용> 묻지마 살인 뭐 이런 것.


◆ 최태섭> 그렇습니다. 각계 각층의 불안을 겪으면서 동료 시민인 남자들 역시 여성의 인권이나 안전에 관심이 없고 심지어는 조롱하고 욕하고 하는 모습들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왔습니다. 그리고 빈곤층들 늘어나는 국가의 부가 자신의 삶과 아무것도 상관이 없다는 것도 자신에게 늘어나는 것이 빚뿐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고요. 청년문제 같은 경우에는 지금 제기된 지가 10년이 넘었습니다마는 제자리 걸음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이렇게 분노하고 억울한 상황에 놓여 있는 가운데에서도 이 사건이 결국 터져나온 거고 참을 수 없는 것이죠.

◇ 정관용> 삶은 힘들고 점점 힘들어지고 게다가 국가는 우리의 안전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국가가 가해자인 사망사건에 대해 진솔한 사과도 안 하고 막 이렇게 쌓여 있었는데, 화가. 갑자기 웬 최순실. 이렇게 되니까 터져나왔다 이런 얘기로군요.

◆ 최태섭> 그 모든 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유 때문인 게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거죠. 사실은 더 큰 문제는 이거인데요. 행정, 정치, 사법 같은 사회의 기반이 되는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해서 국민의 신뢰가 이미 바닥입니다. 특히 검찰의 문제인데 결국에는 이것들을 다 수사하고 사법처리를 하고 하는 것이 검찰과 법원의 역할일 텐데. 이것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전혀 없거든요. 오늘 이제 조선일보에 보도됐던 그 사진 같은.

◇ 정관용> 우병우 수석 팔짱 끼고 있는 사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조선일보 제공)

◆ 최태섭> 웃고 있는, 온화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그런 사진 같은 것들. 혹은 최순실 씨에게 주어졌던 하루라던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국민들은 계속해서 의문을 갖고 있는데 검찰 당국에서는 속시원한 해명 같은 것도 나오지 않았고요. 그래서 사실 언론도 마찬가지죠. 언론에 대한 신뢰가 이미 하락하기 시작한 지는 이것도 10년이 넘은 얘기죠. 그래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었고 그래서 현 시국을 대체 어느 주체가 수습할 수 있는가, 공신력을 가지고 책임을 갖고 수습할 수 있는가를 보면 사실 지금 없다고 해도 좀 과언이 아닌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을 던지는 분들이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떤 각자의 분노와 울분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통적인 것은 결국은 국가의 존재 의의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라는 거죠, 이러려면 국가가 왜 있냐? 내가 세금도 내고 법도 지키고 노력도 열심히 해서 일도 많이 했는데 보상을 받을 수 없고 그런 믿음들이 다 깨져버리면 공동체를 유지하는 어떤 가장 기초적인 부분들이 지금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거든요.

◇ 정관용> 맞아요. 공동체를 유지하는 가장 기초적인 부분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을 안 하고 있다. 그것을 국민들이 오랜 기간 동안 절망감으로 쌓아오다가 아, 이제는 안 되겠구나 이런 마음으로 거리로 뛰쳐나왔다?

◆ 최태섭> 네, 그렇습니다. 사실 야당 세력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그렇게 옹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특히 좀 지금 보면 국민들은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데 대선 후보 몇몇 대선 후보들은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기는 했습니다마는 지금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같은 당의 공식적인 입장에서는 지금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고요. 오히려 좀 사퇴를 약간 꺼리는 그 이유에 수습하기가 어렵다라고 하면서 꺼리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는데요.

물론 이게 만약에 대통령이 진짜로 사퇴를 하게 된다고 해도 뒷일, 수습하는 것이 절대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야당 내부의 교통정리가 안 돼서 그렇다라는 정황들이 너무 투명하게 보이고 있는 것들이 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여도 야도 그렇고요. 기타 등등 모든 조직과 이런 것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세력들이 전부 다 이제 이후 정국에 대해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고 국민들의 눈에 보이고 있는 거거든요.

◇ 정관용> 자기 정치적인 이해 득실만 따지더라.

◆ 최태섭>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에 무엇이냐면 정치공학이라는 게 결국 그게 기반하고 있는 것은 선거제도인데. 선거에서 이기는 거잖아요, 정치공학라는 것은. 하지만 선거제도 자체가 만약에 대중들이 신뢰를 저버린다. 선거 자체도 자체에 대해서도 대중들이 신뢰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는 순간에 그것은 더 이상 작동할 수가 없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대의제 민주주의, 혹은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 자체가 국민들의 신뢰를 아예 못 얻고 있는 상황이고요. 시스템이 아무리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국민의 뜻이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 궁극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 상황에 대해서 엄중한 판단들이 있어야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아까 그리고 우리가 언론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실망한 지 오래됐다. 그리고 각종 풍자 이런 것들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 이런 말을 했었잖아요.

◆ 최태섭>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최근 몇 일의 상황을 딱 보면 KBS, MBC 이런 곳도 최순실은 거의 보도도 안 하다가 요즘에는 아주 열을 내면서 보도를 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풍자 같은 건 꿈도 못 꾸는 것처럼 보였던 프로그램에서 과감히 풍자를 한단 말이에요. 이게 무슨 얘기예요, 이건? 권력이라고 하는 게 살짝 비틀만 거려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할 수 있는데 그동안 다들 자기 검열하느라 안 하는 거 아닐까요?

◆ 최태섭> 그렇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정국에서 좀 해명돼야 될 것. 그러니까 연구도 하고 이것에 대해서 꼭 해명돼야 될 것이 하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과잉충성경쟁이 사실 있어 왔던 거잖아요. 이 과잉충성경쟁이 대체 어떻게 가능했는지 너무 궁금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결국에는 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국기가 문란해지고 국정운영이 이런 비합리적이고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나라꼴은 유지를 해 왔던 거고요.

그런데 그 와중에 어쨌든 그 모든 사법과 언론과 기타 등등의 여러 기관들이 다 대통령에 대해서 어떤 과잉충성경쟁을 해왔다라는 것이 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이런 것들에 대해서 좀 반드시 해명이 돼야지 그 이후의 시스템에 대해서도 저희가 더 제대로 된 그림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사회, 과학적으로 엄밀한 연구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어떤 공포의 일상화, 이런 게 있었지 않을까. 그 내부에서는. 그런 생각이 드는데. 아무튼 그건 나중에 따로 따져보도록 하죠. 문화비평가 최태섭 씨였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최태섭>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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