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호, '경찰노조 허용· 감옥 폐지 주장' 책 두권에 담다

'케냐만도 못한 한국경찰?', '윈스턴 처칠과 퀘이커: 감옥, 개혁이냐 폐지냐'

'케냐만도 못한 한국경찰?'은 경찰노조 허용과 자치경찰 전환을 주장하는 저자 문성호의 칼럼 모음집이다.

우리나라 경찰은 일제시대 경찰을 제도적으로나 인적구성으로나 지금까지도 그대로 답습해오고 있다. 경찰 선진국인 영국 식민지였더라면 답습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자치경찰 전환, 경찰대학 폐지, 경찰노조 추진 등과 같은 선진민주경찰 제도는 진즉 이루어졌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국 식민지를 경험한 케냐는 적도 부근에 위치하며 면적은 남북한을 합한 것보다 3배 가까이 되고 인구는 4천 7백여만 명으로 세계 29위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영국 식민지였다가 1963년 독립을 선언했으면서도 최근까지 케냐경찰에는 경찰노조가 금지되었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케냐 사법부가 경찰노조금지를 위헌으로 결정하기 전후로 하여 케냐노총 주도로 경찰노조 설립이 강력 추진되고 있으며 국제경찰노조연맹도 준회원국으로 인정하였다. 경찰력 오남용이나 비리를 막기 위하여 독립기구로 경찰옴부즈맨도 운영하고 있다. 적도 부근의 1인당 국민소득 1,500 달러 미만(세계 143위, 같은 통계에서 한국은 2만 7천여 달러로 28위)의 케냐가 적어도 경찰노조와 경찰폭력 대처 수준에선 한국보다 앞선다.

몇 년 전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처럼 경찰폭력과 경찰력 남용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 시민운동에서 “경찰을 점령하라” 운동이 벌어졌다. 1%가 아닌 99%의 편에 서는 경찰로 바꾸자는 운동이었다. 미국 경찰은 이미 자치경찰 전환이나 경찰노조 허용 및 경찰대학 폐지 등의 문제에서 아주 자유롭다. 그래서 미국경찰은 우리나라처럼 경찰이 정권의 하수인이라거나 위헌적 경찰대학특혜 시비가 전혀 없다. 미국 경찰은 우리나라 경찰대학처럼 입학이 금지된 경찰대학이 존재하지 않으며, 더더군다나 수능성적이 탁월한 경찰대학출신에게 무시험 자동경위 임용 같은 특혜나 사실상의 병역면제 특혜 시비가 원천적으로 없다. 그러면서도 흑인에게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며 그래서 이런 경찰폭력을 변명하며 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경찰노조에 대하여 미국시민운동이 지극히 비판적일 정도로 경찰 자신의 기본인권 보장이 철저하다.

이러한 경찰노조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은 경찰노조를 금지하여 경찰의 기본권을 유린하는데 있지 않으며, 오히려 자치경찰전환과 독립적 경찰옴부즈맨 시행과 같이 경찰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을 도입하며, 케냐와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국가들처럼 경찰노조를 과감하게 허용하는 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서구 경찰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지은이는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경찰로 만들어가기 위한 자신의 활동에 대해 일부 경찰학계에서 ‘아웃사이더’라고 부르는 것을 오히려 이를 ‘창조적 소수자’로 여기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1백 년이 넘는 경찰노조의 역사가 있는 미국과 서구 국가에서 경찰노조는 경찰노동자 스스로 투쟁을 통하여 경찰노조를 설립한 반면, 케냐를 포함하여 구 소련에서 독립한 동류럽의 신생 민주화 국가,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은 개별국가의 일반 노동계가 국제노동운동과 유럽경찰노조연맹 혹은 국제경찰노조연맹 측에서 연대하여 해당 국가의 경찰노조를 설립하는데 적극적으로 연대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당연히 한국경찰노조도 후자의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찰노조의 설립은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전공노가 태동하던 1987년 6월 항쟁 시기에 추진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이제라도 경찰노조 선진국 케냐처럼 민주노총, 전교조와 전공노 그리고 한국노총 등은 한국경찰노조 설립 추진에 ‘아웃사이더’ 아닌 주체로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물론 한국경찰 스스로 1%의 특권 기득권 세력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99%의 국민 편에 속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것이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라 ‘민중의 지팡이’로 회복하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자치경찰전환 경찰대학폐지 경찰노조추진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민들이 당하는 피해는 더 커져만 갈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문성호 지음 | 사람소리 | 298쪽 |15,000원

'윈스턴 처칠과 퀘이커: 감옥, 개혁이냐 폐지냐'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 노르웨이의 마티센 등 감옥폐지주의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감옥 운동이란 곧 감옥폐지운동"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생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희생양이란 말이 있다. 고대 이스라엘인들이 속죄일에 염소를 속죄의 제물로 사용한 것에서 유래한다. 희생양이란 말은 무언가가 희생됨으로써 진짜 잘못을 저지른 대상을 잊히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실업 경제불황 범죄 등의 사회문제에 따른 대중의 불만 공포 반감 증오를 다른 대상으로 돌리게 만들며, 중요한 대중지배 수단이 된다. 중세시대 마녀사냥, 히틀러의 유대인학살,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학살 등이 대표적 사례이나, 현재에도 인종차별이나 소수집단 차별도 여기에 속한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나 고 김근태 장관이 민주화 운동 시절 겪은 감옥살이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고귀한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절도나 강도 등의 일반 사범은 도대체 희생양이기는커녕 당연히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처벌받아 마땅한 ‘범죄자’라고 본다. 그러나 이들 역시 결국 사회적 차별이나 불평등 그리고 가난 등으로 인하여 사회가 만들어낸 희생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모든 자살은 사회적 자살이라고 하듯이 말이다.

최근 영국 정부가 재소자를 주말에만 수감하는 주말감옥 제도를 실천에 옮기겠다고 발표한 배짱과 저력은 결국 윈스턴 처칠과 퀘이커의 감옥개혁 및 감옥폐지 운동을 강력하게 추진해온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엮은이 문성호는 몇 년 전 탈옥 무기수 신창원으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타개하는데 도움을 청하는 서신을 받고 이 책을 답장 격으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에게 구체적인 도움보다 결국 일반 국민들의 새로운 성찰이 함께 이루어지는 게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과 퀘이커가 꾸는 감옥 폐지와 상생의 꿈, 언제 실현될 수 있을까?

엮은이는 신창원을 당장 가석방하더라도 사회에 해악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해커가 IT 발전에 기여하듯 그도 나름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국민들은 자신이 희생양이 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신창원 가석방이나 감옥 폐지란 그야말로 불가능한 꿈이라고 볼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형벌과 감옥 제도란 그 역사가 불과 2,3백 년에 불과하다. 제도란 문제가 있으면 바뀔 수 있다. 퀘이커가 앞장서서 폐지운동을 벌였던 노예제도처럼 감옥 제도도 언젠가 폐지될 날이 오지 않을까? 꿈을 함께 꾸면 꼭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 책에 신창원의 그 옥중서신을 소개한 것도 그 꿈을 함께 나누자는 몸짓이 아닐까?

문성호는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을 지냈고, 자치경찰연구소장, 경찰노조추진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엮은이 문성호 | 사람소리 | 351쪽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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