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진웅, ‘혼술남녀’가 발견한 ‘신스틸러’

[노컷 인터뷰]

(사진=화이브라더스 제공)
그야말로 ‘신스틸러(scene stealer)’였다. 배우 민진웅(31)은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수강생을 모으기 위해 매일 다른 성대모사를 연구해오는 행정학 강사 민진웅 교수로 분해 빼어난 연기력으로 극을 빛낸 것. 재미있는 캐릭터로만 여겨졌던 민 교수는 매일 밤 치매로 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돌봐야 했던 사연이 드러나면서 존재감이 급상승했다. 2014년 영화 ‘패션왕’으로 데뷔해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던 민진웅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각인시켰다.

-드라마가 끝났다. 어떻게 지내나.
“열심히 인터뷰 다니고 저녁에는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되새김질 하면서 반성하기도 하고. 아직 ‘혼술남녀’와 진짜 헤어진 것 같지 않아서 정리해버리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포상휴가를 다녀오면 달라지려나? (웃음).”

-어떤 되새김질을 하고 있나.
“3~4개월 동안 촬영했는데, 생각보다 마음에 깊게 남아있다. 영화, 드라마 통틀어 긴 호흡으로 큰 그림을 그린 게 이번이 처음이라서인지 유독 첫 경험 같은 순간들이 많았다. 앞으로 연기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생각도 많이 하게 된다.”

-민 교수가 아닌 공시생 동역 역으로 오디션을 봤다고.
“맞다. 열어 놓고 오디션을 보신 듯하다. 갑자기 성대모사를 해보라고 하셔서 했는데, 감독님께서 웃으시더라. 일주일 후 민 교수 역할로 다시 오디션을 봤다. 소품까지 준비해서 열심히 했지만 그땐 또 안 웃으시더라. 떨어질 줄 알았는데, 다행히 캐스팅됐다.”

-민진웅이 동영을 연기 했다면 어땠을까.
“조금 더 이기적인 찌질함이 있었을 거다. 돈이 없는 것에 대한 자격지심이 있으면서도 오히려 당당하게 친구들에게 빌붙는 사람 있잖아?”

-노량진 강사 역할, 어떻게 준비했나.
“인터넷 강의도 봤고 실제 강사 분들 찾아뵙기도 했다. 나 역시 중고등학교 때 입시를 준비하던 학생이었기 때문에 그때 기억도 떠올려봤다.”

-민진웅의 학창 시절이 궁금하다.
“목표의식 없이 공부하던 학생이었다. 내신은 벼락치기가 가능한데, 수능은 그게 힘들지 않나. 그래서 수시전형으로 법대를 지원했는데 붙었다. 고3 2학기 때는 시간이 남으니 어머니께서 이것저것 경험해보라고 연기 학원을 등록해주셨다. '내가 연기를 왜 하느냐면서 툴툴거리면서 다녔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아, 법대는 6주 정도 다니고 그만뒀고, 그 이후 운 좋게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들어갔다. (웃음).”

(사진=CJ E&M 제공)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극중 민 교수와 본인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맞닿아 있다. 무겁거나 힘든 분위기를 긍정적이고 밝게 환기시키려는 면이나 자기 일을 좋아하고 하는 면, 개인적인 일은 굳이 말하지 않는다는 면 등이 비슷하다.”


-성대모사가 단연 화제였다. (송중기, 유아인, 이제훈, 이병헌, 서경석, 황정민, 김환희, 김래원 등)
“다 안 똑같았던 것 같다. 하하. 내가 해놓고도 다시 보기 힘들 정도다. 함께 연기한 배우들이 옆에 있었기에 좋은 반응이 나온 것 같다. 단순히 내 성대모사 때문이 아니라 앙상블이 담긴 신이 주는 재미가 아니었을까 싶다.”

-분량이 많지 않았는데, 아쉽지 않았나.
“전혀 아쉽지 않았다. 그 정도 분량은 감사한 일이다. 오히려 나중에는 내가 주연 배우들에게 폐가 되지 않나 싶었다.”

-촬영하면서 ‘혼술’을 한 적이 있나.
“집에서 고생했다는 의미로 맥주 한 캔 정도 마시곤 했다. 다음 날을 위해 많이 마시지는 못했다. 아, 2회를 보고 혼자 소주를 마신 적도 있다. 동영이가 차이고 나서 혼자 제육볶음을 시켜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지 않았나. 너무 공감했던 장면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밖에 나가 제육볶음에 소주 한 잔 했다. 하하. 그 외에도 공감했던 장면이 정말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11, 12회에는 출연 분량이 거의 없었는데, ‘빨리 돌아와서 성대모사 해주세요’라는 댓글이 있더라. 감사했고 위로를 받았다.”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셔서 드라마 촬영하는 동안 큰 힘이 됐다. 감사하고 따뜻했다. 좋은 기억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하다.”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겠다.
“아니다. 주말에 많으면 하루에 한두 분 정도 알아봐 주신다. 사실 알아보시면 부끄럽다. 그분들이 보신 건 내가 연기한 민 교수인데, 난 인간 민진웅이니까. 나중에 더 유명해지면 행동을 더욱 조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벌써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기사를 보고 알았다. 정작 배우들한테는 언급이 없다. 하하. 배우들과 만약 시즌2를 한다면 어떨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

-어떤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가.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또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아직 너무 안 해본 게 많다. 빨리 다양한 작품을 통해 몸으로 경험해봐야 할 것 같다. 천천히 좋은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겠다.”

-드라마가 끝났다. 계획이 궁금한데.
“일단 살을 조금 빼야 할 것 같다. 드라마 하는 동안 몸이 무거워졌다. 차기작은 검토 중인 단계다. 혹시나 찾아주신다면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싶다.”

-꼭 하고픈 말이 있다면.
“연관 검색어에 ‘한예종 06’이 붙었으면 좋겠다. 대학교 동기들이 여기저기서 시동을 걸고 있다. 훗날 ‘엄청난 학번이었구나’라는 반응이 나오길 기대한다. 다 같이 좋은 작품에서 만나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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