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뉴스] 최순실 전과 후…'기레기'란 말이 억울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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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 이후 '언론의 대동단결'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최순실이 그 어려운 '언론 대통합'을 이뤄냈다고요. 정치적 스탠스와 상관없이 모든 언론이 최순실 게이트에 달려들고 있어서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씁쓸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가 높던 때만 해도 박 대통령의 언행은 일부 언론에게 거의 '찬양의 대상'이었기 때문입니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 '박 대통령, 버킹엄궁 들어서자 비 그치고 쨍쨍'. 이런 헤드라인의 기사들이 버젓이 나왔고, 종편의 모 기자는 박 대통령에게 '한 번만 안아달라' 해 인구에 회자될 정도였으니까요. 나름 박 대통령도 '전성기'가 있었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의 패션은 박근혜 정부 최대 강점 중 하나로 세일즈됐던 요소이기도 한데요.

그런 패션조차 전부 최순실 작품이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배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건 그렇고 그 당시 대통령이 입고 나온 옷의 디자인이나 색상에 일일이 의미를 부여했던 기사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갑니다. '패션도 정치다'라는 식으로 포장했던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

일례로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행사 등에 참석했을 때 입은 복장을 살펴볼까요.


"황금색이 황제의 권위를 상징해 정상으로서 품격을 보여줬다" (YTN)
"목까지 올라오는 옷깃엔 카리스마가 깃들었고, 녹색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상징하면서도 광택 원단으로 강렬함을 드러냈다" (TV조선)

이렇게 외교 정상들 만남에서 조차 우리 언론은 대통령의 패션만 부각했습니다. '대통령, 해외 순방 가서 뭘 했나'라는 헤드라인에 '패셔니스타여서 차기 대통령이 부담스러울 것 같다'라는 내용을 내보낸 곳도 있었죠. 헤드라인만 보고 순방의 외교적 성과에 관련된 내용을 기대한 시청자들은 당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 지면에 실린 대통령의 옷 사진이 10여 개에 달하는 신문도 있었고요.

정상 회담의 메시지가 뭔지 분석하는 뉴스 분량은 그만큼 부족했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게다가 이처럼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했는데 심지어 이게 다 최순실의 선택이었다니, 국민으로선 더더욱 허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로, 박 대통령이 강조했던 '문화융성 창조경제' 역시 최순실의 언어였고 최순실의 사업이었던 걸로 드러났죠. 그런데 이런 관련 기사도 있었습니다.

"朴대통령, 佛오르세미술관서 '창조경제' 영감 얻기" (연합뉴스 2013/11/4)

대통령이 미술관 가고 K-POP 공연 보러 해외 순방 가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동안 아무 비판도, 검증도 없이 '창조경제'라는 단어에 힘을 실어줬던 건 언론이었던 겁니다.

최순실 사태 이후, 그동안 대통령 비판에 손 놨던 주요 언론들은 잇따라 자성의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공범이었다. 대통령이 뭐라고 하면 그래도 대통령이니까 그게 사실인 줄 알고 열심히 받아쓰고 방송했다. 사실은 최씨 일가가 뒤에서 무당춤을 추며 조종하는 거대한 인형극을 보도하고 있었다. 그게 사실 보도인가. 지금까지 우린 연극을 내보내고 있었던 것" (언론노조 SBS본부 윤창현 본부장)

그런데 대통령 찬양일색이었던 뉴스들이 갑자기 180도 바뀐 것에 다른 의미는 없을까요?

물론 최순실 사태가 전례없는 큰 사건이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박 대통령이 레임덕의 또 다른 국면을 맞닥뜨렸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그널'이기도 할 겁니다. '끈 떨어진 권력'이란 거죠.

진실을 나누기보다 권력과 편의를 쫓았던 뉴스들. 4년 간 이 사태를 곪아 터지게 만드는 데는 지난날의 뉴스들도 한몫했다는 점, 잊어서는 안될 부분입니다.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까닭에, 그것을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리영희 <우상과 이성> 머리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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