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시간 조사를 받은 우 전 수석은 다소 피곤한 표정으로 중앙지검 청사를 나서면서 "오늘 검찰에서 있는 그대로 충분히 다 말씀을 드렸다"고 짧게 말했다.
그는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가족회사 '정강' 자금 유용 의혹이나 아내 소유의 수백억 원대 화성 땅을 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한 사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등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일체 답을 하지 않은 채 준비한 차를 타고 청사를 빠져나갔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해선 아예 조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검찰이 면죄부 수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우 전 수석은 검찰에 출석해 사법연수생 동기인 윤갑근 특별수사팀장과 차를 마시는 등의 융숭한 대접을 받아 '황제 소환'이란 질타를 받았다.
그가 조사는 어떻게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우병우가 수사 검사들과 무용담을 나누는 듯 이야기를 하고 있고 검사들은 이를 흐뭇하게 듣고 있는 듯한 모습이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에 검사와 직원으로 추정되는 두 사람이 일어서서 공손하게 앞으로 손을 모은 채 우 전 수석의 얘기를 관심있게 듣고 있었다.
사진을 아무리 뜯어봐도 피고발인으로 수사를 받는 사람이거나 검찰의 위용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취재 사진기자 말로는 우 전 수석이 가까이 오니까 검찰 수사관들이 일어섰다고 했다.우병우가 말을 거니 수사관들이 답을 하는 분위기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는 너무 충격적인 장면이고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Deja-vu)현상으로 국민들의 현기증을 유발하고 있다.
마치 최순실씨가 신사동의 한 의상실에서 박 대통령의 옷을 고르면서 청와대 행정관을 수족처럼 부리고 한 남자 행정관은 자신의 흰 와이셔츠로 최씨의 핸드폰 액정을 닦아주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검찰이 결국 우병우를 조사했지만 국민적 비난과 질타가 더 가해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하순까지만 해도 "우 전 수석을 왜 부르느냐"고 했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우 전 수석의 경질 가능성이 커지자 태도를 바꿔 '서면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다가 그가 경질되자 '소환 조사'한 것이다.
특별수사팀이 꾸려진 지 75일 만이고 경질 후에도 1주일이나 미정미적거리다가 한 소환이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미 구속된 안종범과 정호성의 핸드폰은 압수를 한 반면 우병우에 대해선 휴대폰조차 확보안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검찰은 우 병우에 대한 수사 의지를 처음부터 의심받았다. 검찰은 지난 8월 우병우 민정수석의 비리 혐의 수사를 한다면서 그의 가족 회사를 포함해 8곳을 압수수색했으나 그의 청와대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지 않았다.
특히 우병우 가족이 100% 지분을 소유한 (주)정강은 압수수색 당시 사무실과 금고 안에는 모두 텅 비어 있었다. 검찰이 시간을 끌어 준 덕분에 증거물 관련 자료들을 모두 처분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지난 9월 이미 넥슨과 우 전 수석의 처가 땅 거래 의혹에 대해 "자유로운 사적 거래"라는 말로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시사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안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나 검찰이 그동안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온 만큼 수사 결과에 '특별한 내용'이 담길 것 같지가 않다.
검찰은 우병우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고 결국 주요 혐의에 대해 면피용 소환이라는 분석이 애초부터 법조계에 파다했다.이에 바닥을 치고 있는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다시 커지고 있다.우 전 수석의 '황제 소환'에 이어 '황제 수사'를 했다면서 분노하고 있다.
검찰의 여전한 이런 모습에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검찰의 자체 개혁도 공염불이라는 주장도 이런 이유다.
사실 관계와 국민적 의혹과 감정 사이에 처한 검찰의 어려움도 모르는 바가 아니나 우병우에 대한 수사는 결코 이렇게 끝내선 안된다.
민정수석이였던 우병우는 과연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의 하야까지 거론되고 있는 국정마비 사태에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전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