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다이노스는 2014년 소속 투수였던 롯데자이언츠 이성민(27)이 승부조작을 한 사실을 시인하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신생 구단에 특별 지명을 받게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은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및 도박 혐의로 브로커 A(32)씨를 구속하고 전·현직 프로야구 투수 7명과 또 다른 브로커 B(31)씨, 일반 도박자 10명 등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승부조작을 시인한 KIA 타이거즈의 좌완 투수 유창식(24)과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투수 C씨는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나머지 현직 투수 4명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NC다이노스 구단 단장과 운영본부장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NC다이노스 투수 이재학(26)은 지난 2011년 3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2차례에 걸쳐 20만 원을 베팅해 145만 원을 딴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재학은 5년인 공소시효가 지나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유창식은 한화 소속이던 지난 2014년 4월 1일 삼성라이온즈, 같은 달 19일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회초에 볼넷을 주는 수법으로 승부를 조작해 브로커 A씨에게 총 3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유창식은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7천만 원을 베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창식은 지난 7월 25일 오후 경찰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물의를 일으켜 구단과 팬들께 죄송하다"면서 "양심에 찔리고 승부 조작 사건이 터지고 두렵기도 해서 심리적인 상태가 안 좋아서 자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현직 프로야구 선수의 친형인 A씨는 불법 도박으로 많은 돈을 잃게 되자 평소 친분이 있던 유창식에게 300만 원을 주고 승부조작을 제의한 뒤 구체적인 경기 일정 및 방법 등을 혐의하고 함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베팅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 이성민은 지난 2014년 7월 4일 LG와의 경기에서 1회에 고의 볼넷을 던져 승부를 조작한 대가로 브로커 B(31)씨에게 300만 원과 100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프로야구투수 C씨는 공익근무 당시 생활이 어렵자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돈을 벌기 위해 같은 팀 선수들에게 '1회 첫 볼·첫 타자 볼넷'을 던지거나 '헛스윙'을 해달라며 승부조작을 부탁했다가 거절을 당해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사이트에 400만 원을 베팅한 혐의도 추가됐다.
이성민과 C씨는 지난 2014년 당시 자신들의 구단인 NC에 승부조작을 한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구단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우려해 KBO에 보고 없이 내부 임원진회의를 통해 유망투수인 이성민이 '자질은 우수하나 야구에 대한 진지함이 없고 코치진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거짓 사유로 특별 지명을 받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당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회의록과 이들이 주고 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성민과 함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당시 NC감독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직 투수 D씨는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400만 원을 베팅한 혐의가 적용됐다. 투수 E씨는 지난 2011년 도박사이트에 600만원을 베팅한 혐의다. 하지만 E씨 또한 이재학처럼 공소시효가 만료돼 처벌을 면하게 됐다.
전·현직 프로야구선수들과 이들과 친분이 있는 사회 선·후배 10명은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각각 20만 원~2억 3천만 원씩을 베팅하는 등 총 7억 원 상당의 도박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수들의 사회 선·후배 10명은 대부분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순 사이버팀장은 "검거된 선수들이 1회 볼넷으로 승부조작을 함으로써 마치 몸이 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등 감독이나 관객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자연스럽게 범행이 이뤄져 수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8일 이들을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승부조작 사범 및 불법 도박 행위 등을 지속적으로 수사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