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세종시 호수공원 무대섬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장규석 기자) 중앙부처 공무원과 공공기관, 국책연구기관 직원들이 인구의 대다수인 세종시에서도 촛불집회가 가능할까.
세종시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촛불집회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세종시 주민인 사진작가 서영석 씨였다. 그는 세월호 노란우산프로젝트의 기획자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서울에서 세종시로 이사를 왔고 현재 사진관을 운영 중이다. 서영석 씨는 "처음 촛불집회를 제안할 때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5일 세종시 촛불집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서영석 씨 (사진=서영석씨 제공) 그저 인근 대전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세종에서도 뜻있는 이들이 모여 촛불집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었다. 경찰서에 집회신고를 할 때 서 씨는 집회 인원을 100명으로 신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촛불집회가 열린 당일인 5일, 세종시 호수공원 무대섬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무려 1천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5일 세종시 촛불집회를 마치고 정부세종청사 앞까지 행진한 시민들이 정리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장규석 기자) 세종맘카페, 세종시닷컴 등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듣고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도 많았다. 지인들과 함께 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은 "하루 전에 카페에 촛불집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있던 약속도 미루고 집회에 왔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에서 왔다는 김모(49)씨도 "서울에 있는 집회를 가려다 일이 늦게 끝나서 세종에서 촛불집회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지금 (국정농단) 상황이 말이 되느냐"고 분개했다. 김 씨는 손수 만든 피켓에 분장까지 하고 집회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손수 분장까지하고 집회에 참가한 김모씨 (사진=장규석 기자) 이날 집회는 오후 6시 호수공원에서의 촛불집회로 시작해, 오후 8시 30분경 정부세종청사 6동까지 행진이 이어진 뒤 마무리됐다.
공공비정규직노조 등에서 방송차량 등의 지원을 받았지만, 서 씨는 가급적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촛불집회를 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촛불과 풍등을 나눠주고, 질서를 유지하는 등 여러 준비 작업도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이들은 주로 학생들이었다. 경찰의 채증 등을 의식해서인지 일부러 마스크를 끼고 나온 사람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5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촉구 촛불집회에서 정부세종청사 앞으로 행진하고 있는 시민들 (사진=장규석 기자) 그러나 이날 촛불집회에는 행진을 위해 교통정리를 나온 서너명의 경찰만 나와 있었고, 집회에서부터 행진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질서 있게 진행됐다.
세종시 촛불집회는 다음주말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서영석 씨는 집회 말미에 "12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해달라"고 촉구하면서도 "서울에 부득이하게 가지 못하는 분을 위해 세종시 아름동 복합커뮤니티센터 앞에서 촛불집회를 준비할 할 것"이라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