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꽁꽁 숨은 정유라…'100만 촛불' 불러낼까

'민심 역린' 건드린 '입시 유린'…12일 민중총궐기 '촉매' 역할할 듯

유럽에서 행방이 묘연한 '승마 공주' 정유라씨. '뜻밖에도' 오는 12일 민중총궐기대회의 결집 목표인 '100만 인파' 달성 여부에 중대 역할을 맡게 될 전망입니다.

정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에 대한 교육부 감사 결과가 집회 직전인 11일 발표될 예정이어선데요. 또 초중고교 재학시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도 이번주중 공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자녀 교육, 특히 입시 문제가 다른 어떤 이슈보다 파괴력이 크다는 데는 좌우와 남녀와 노소를 넘어 별 이견이 없을 겁니다.

따라서 속속 드러나고 있는 정씨의 '입시 유린' 정황은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 유린', 엄마 최순실씨의 '국정 유린', 재벌 기업들의 '노동 유린' 만큼이나 민심의 '역린'을 제대로 건드린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 최씨의 '치맛바람' 탓으로만 돌리기엔 그간 정씨 스스로 보여준 '품성'이 사실 만만치 않습니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정씨가 이대 합격 직후인 2014년 12월 4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이죠.

그런데 정씨는 이같은 '품성' 덕분에 그로부터 45일전 있던 체육특기자 전형 면접에서 대입 사상 초유의 '대역전극'을 벌입니다.

교육부가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에게 제출한 '이화여대 2015학년도 특기자전형(체육) 면접고사 평가표'에 따르면, 정씨는 당시 2단계 면접에서 100점 만점에 93점을 받았는데요.

정씨는 '성장 가능성' 항목에서 면접관 5명으로부터 모두 최고점인 5점을 받아 25점을 얻었습니다. '학교에 대한 기여도'는 24점, '미래 여성 체육 지도자로서의 태도·품성'은 23점, '체육학에 대한 이해'는 21점을 받았구요.

반면 수상실적을 포함해 1단계 서류평가를 통과한 수험생 22명 가운데 정씨와 결시생 한 명을 제외한 20명의 항목당 평균 점수는 15점 안팎에 불과했습니다.


면접에서의 높은 점수 격차에 힘입은 덕분이겠죠. 1단계 하위권이던 정씨는 6명을 뽑는 이 전형에서 6등으로 최종합격했습니다. 특히 1단계에서 정씨보다 50점가량 높은 점수를 받았던 합격자도 면접에서 뒤집혀 낙방한 것으로 알려졌지요.

정씨의 서류평가 점수는 350점인데요. 당시 1등 합격자의 750점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서류 80%+면접 20%'로 최종 합격자를 가리는 2단계에서도 정씨가 얻은 점수는 542점이구요. 1등 합격자의 940점에 비해 398점이나 뒤쳐진 수칩니다.

이화여대는 그동안 "정 씨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해 특혜 입학과는 무관하다"고 강변해왔는데요. 지금은 "교육부 감사를 통해 다 밝혀질 것"이라며 말을 아끼는 분위깁니다.

지난달 31일부터 뒤늦게 감사에 착수한 교육부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일텐데요. 감사 개시 이전부터 한 달여 사전조사를 하고도 '학점 문제'만 언급해온 터라, '입시 유린' 문제를 덮으려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죠.

정씨 특혜를 둘러싼 진상조사는 이제 대입을 넘어, 중고교는 물론 초등학교 시절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정씨가 다닌 청담고등학교와 선화예술중학교에 이어 "경복초등학교에서의 출결 사항도 확인중"이라고 밝혔는데요.

경복초와 선화예중은 모두 통일교 재단에서 운영중인 학교죠. 정씨는 경복초 5학년이던 2007년부터 이듬해까지 6개의 승마대회에 출전했습니다.

특히 6학년때 출전한 5개 대회 모두 금메달을 따냈는데요. 이 가운데 4개는 '규정 변경'에 힘입어 정씨 혼자 출전한 대회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정씨가 고등학교 또 대학교에 진학할 때면 느닷없이, 그리고 어김없이 '승마특기생'이 신설됐습니다. 이대 면접 때는 규정상 점수에 반영도 안되는, 그마저도 원서 접수 마감 이후에 따낸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국가대표 선수복과 함께 '스펙'으로 사용하기도 했죠.

이쯤 되면 정씨의 진정한 특기는 '승마'가 아닌 '규정 변경'이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마저 듭니다. 그리고 이제는 구역만리에서의 '촛불 소환'이라는 새로운 주특기에 도전하고 있는 셈이네요. 물론 본인 의사와는 거리가 멀겠지만요.

'교육 유린'의 비극은 사실 정씨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도 않습니다. 당장 교육부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는 재정지원사업 문제를 이번 감사에서 슬그머니 빼놓은 점도 조만간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교육부가 돈줄을 쥐고 흔들어댄 통에 '지성의 상아탑'이어야 할 캠퍼스에선 인문학이 설 곳을 잃은지 오랩니다. 총장 직선제도 내놓으라 겁박하니, 초개 같이 목숨을 버린 대학교수의 비극도 여기서 비롯됐구요.

대기업에 노동력을 대기 위한 정체불명의 학과만 현 정부 들어 우후죽순 속출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면접에는 교수 대신 기업 관계자가 얼굴을 내밀게 됐구요. 학생들은 교양과 철학 대신, 산업요원 양성에 초점을 둔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또다른 '스펙'으로 삼아야 할 판입니다.

그 와중에 이대는 올해만도 9개 가운데 8개를 따낼 정도로 박근혜정부 들어 주요 재정지원사업을 독식해왔습니다.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씨 입학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몰아주기'가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야당측 지적이죠.

이대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은 이미 "감사 결과가 한 점의 의혹이라도 남길 경우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할 것"이라며 교육부를 압박하고 나선 상태입니다.

여론을 의식한 검찰 역시 정유라씨 입시 특혜 의혹 수사에 발을 담궈뒀습니다. 일단 정씨가 대입을 치르던 그해 최순실씨에게 '체육특기자 입시 정보'가 담긴 청와대 정책 보고서를 팩스로 건넨 이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임을 밝혀냈구요.

황찬현 감사원장도 지난달 국회에 나와 "교육부 감사 여부를 본 뒤 감사를 개시할지 판단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여론 추이에 따라선 교육부가 감사 대상이 될 소지마저 있는 셈입니다.

여러분 보시기엔 어떤지요.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번 정유라씨의 '100만 촛불 소환 도전'엔 국민들의 전폭적 지지가 따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교육은 나라의 백년대계, 입시는 우리 자식들의 평생이 걸린 문제이니까요.

교육부의 종횡무진 활약에도 내심 기대하는 분이 많을 겁니다. 그동안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던 교육부가 예상대로 '침소봉대' 카드를 내놓을까요, 아니면 여론 눈치에 '지대로 된' 감사 결과를 꺼내놓을까요.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간에 분노한 촛불을 소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겠죠.

게다가 교육부는 이제 3주 뒤면 '역사 국정교과서' 공개도 강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나의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그 제작 목표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구현될 시점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엔 그와 관련된 수많은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 국민들은 원하지 않았지만, 이 정권 또는 이 세력이 자초한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죠. 드디어 하나의 지점에 수렴하고 있는 듯한 '느낌적 느낌'은 저만 갖는 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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