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지 358일, 사경을 헤매다 숨진 지 41일 만이다.
백 씨의 시신은 다음날 광주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안치된다.
고인의 영결식에는 시민 1만여 명 등 수많은 인파들로 가득 찼다.
고인에 대한 묵념을 시작으로 시민들은 '우리가 백남기다', '살인정권 퇴진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현 정권을 규탄했다.
이날 영결식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살수차의 살인적인 물줄기로 생명을 빼앗는 행위는 명백한 국가 폭력이자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이어 "앞으로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평화집회를 지연할 목적의 소방수(소화전) 사용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찰에 경고했다.
박 시장이 연설을 마치자 시민들의 박수갈채가 광장을 가득 매웠다.
이모(27·여) 씨는 "방송에서만 들었던 백 씨의 소식을 실제 광장에서 접하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영결식을 보면서 남자친구와 계속 백 씨 관련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결식에서는 야당 대표들의 추모사도 이어졌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백 씨 영전 앞에 우리는 죄인"이라고 운을 뗀 뒤 "고인을 보내는 게 아니라 우리 가슴에 묻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정치적 민주화를 쟁취한 지 30년이 다 됐지만 아직도 이 땅에 공권력에 의한 죽음이 사라지지 않아 착잡하다"면서 "특검을 실시해 고인의 죽음을 밝히겠다"고 시민들 앞에서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고인에게 정부의 사과 한마디 올리지 못해 부끄럽고 죄송하다"면서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철저히 심판하겠으며, 그것이 국민의 명령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남기투쟁본부는 결의문을 통해 "오늘 우리는 백남기 농민을 보내며 끝나지 않은 투쟁의 시작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남기 농민 살인 책임자를 처벌해 국가 폭력 없는 세상, 국민을 살리는 국가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영결식이 끝나면 백 씨의 관구를 태운 운구차는 전라남도 보성으로 출발한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백 씨의 영결식에는 1300여명의 경력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유족들은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백 씨의 관구와 영정 사진을 둘러싼 가운데 간단한 의식을 치렀다.
고인의 아들 백두산 씨가 영정사진을 들고 안치실에서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 50여명은 조용히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관구만 바라봤다.
행렬 뒤를 따르던 시민들도 관구가 운구차까지 이동하는 장면을 휴대폰에 담았다.
이후 백 씨의 관구는 검정색 운구차에 실려 장례미사를 위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명동대성당으로 향했다.
오전 10시 30분, 장례미사가 끝나자 백 씨의 관구를 실은 운구차는 종로1가를 통해 종로 서린로터타에 위치한 르메이에르 건물 앞에서 멈췄다.
지난해 11월 14일, 이 건물 앞 차도에서 백 씨는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다.
백 씨는 사경을 헤매다 쓰러진 지 317일 만인 지난 9월 25일 숨졌다.
운구차 뒤에는 상여와 함께 '국가폭력 끝장내자', '살인정권 물러나라' 등의 플래카드를 든 시민들 100여명이 뒤를 따랐다.
오전 11시 30분부터는 르메이에르 건물 앞 차도에서 고인에 대한 노제가 시작됐다. 노제는 상여가 장지로 가는 도중에 거리에서 지내는 제사다.
유족들이 상여와 국화꽃이 놓인 맨 앞줄에 앉았고, 그 뒤로 시민들 400여명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백남기투쟁본부 관계자는 노제에서 "선배님 감사합니다"라고 운을 뗀 뒤, "선배의 유산을 물려받아 책임자들을 처벌해 평화가 숨 쉬는 새 역사를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길가에 있던 시민들도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노제를 지켜봤다.
한편, 영결식이 끝나면 같은 장소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등 진보 진영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주관하는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집회에는 1만 1000여 명(경찰 추산)의 시민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